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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전시 리뷰] 에릭 요한슨 사진전

by 미뉴르 2021. 12. 27.

에릭 요한슨 사진전의 투자자로서 초대권을 받았다.

요시고 사진전의 압도적인 인기와 전시 기간 연장으로 전시 관람객이 모두 그쪽으로 빠지고 있는 것이 투자자로서는 많이 안타깝다. 네이버에 사진전이나 전시회를 검색해보면 리뷰도 연관검색어도 죄다 요시고 사진전이다.

전시회가 아직 영화만큼 대중적인 문화활동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SNS를 통한 입소문의 힘이 전시회의 퀄리티보다 영향력이 크고, 2년 전에 예술의 전당 전시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에릭 요한슨이지만 이미 한 번 갔던 작가의 전시회를 또 갈 정도로 사람들이 전시회를 깊게 감상하지는 않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에릭 요한슨의 전시는 만족스러운 후기와 높은 평점으로 조용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로그 리뷰를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을 안 하고 전시회를 감상해서 적절한 사진은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요한슨전의 홍보를 위해,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선택을 위해 리뷰를 남긴다.

 

 

전체 관람시간은 2시간은 잡아야 하는 것 같다. 한 작품씩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어떻게 찍었을지, 숨겨져 있는 감상포인트가 있는지를 찾다 보면 꽤 재미있는 감상이 가능하다.

사진은 자유롭게 찍을 수 있고 포토존도 여러 곳 마련되어 있다. 

전시회 대표 사진으로 올라와 있는 작품이다. 작품만 따로 찍은 사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얼굴을 가리고 올린다.

뒤의 저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바닥에 깨진 흔적이 중간에 하늘로 이어진다.

작품처럼 바닥의 유리의 반사를 이용해 찍을 수 있도록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할지는 잘 몰라서 이런 사진이 되었다.

 

이 공간은 색이 계속 바뀌는데 색깔이 가장 다양한 타이밍에 찍어야 가장 예뻤다.

뒤의 저 글씨가 보이면 좋겠는데 중간에 서있으면 어떻게 해도 가려져서 그냥 찍었다.

 

중반부에 마련된 포토존이다. 에릭 요한슨의 작품들이 배경이 되고 거울이 있었다.

대충 찍어서 수평도 안 맞고 거울 경계부라 보기 좋진 않지만.. 사진이 없다ㅠㅠ

 

위 사진들의 퀄리티가 그닥이라 대체 뭘 찍은 걸까 싶겠지만, 오로지 이 사진을 건지는 것이 최종 목적이었다. 에릭 요한슨 사진전에 다녀온 사람들이 꼭 이용하는 포토존이 있다면 바로 여기다. 전시회 후반부에 위치해 있다.

달 밖에 나가는 것보다 달 안에서 찍는 게 더 예쁘고, 인물을 어둡게 날리는 것이 더 예쁘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63빌딩 고층부에 위치해 있어서 전망도 보너스로 함께 볼 수 있는데, 한 가지 팁을 주자면 날씨가 추운 날이 전망이 좋을 가능성이 높다. 날씨가 추울 때는 대기의 흐름이 빨라서 미세먼지가 없다고, 대기화학 강의에서 배운 기억이 있다. 실제로 추위와 미세먼지는 반비례의 모습을 많이 보인다. 전망까지 제대로 보고 싶다면 날씨가 추운 날을 골라가는 게 좋다. 그럼 잠시 전망 사진 감상 타임.

여의도 빌딩들

 

한강 공원과 여의도 빌딩, 그리고 한강 다리의 아름다운 풍경

 

크리스마스이브의 교통체증이 있는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정체가 진짜 예뻐서 찍고 싶었는데 유리에 빛이 반사되는 각도라 찍지 못했다.

이걸 보면서 다른 사람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됨을 실감했다.

 

연말이라고 유리에 스티커를 붙여놨는데 각도가 딱 위에서 제일 예쁘다고 찍은 그 각도다.

야경은 사진보다 실제가 훨씬 예쁘다는 거!

 

 

사진 동아리를 하면서 과거에 몇몇 사진전을 다녔었지만, 그냥 사진을 보면서 '좋다'라던가 '예쁘다'라던가 그런 단순한 감상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이 바로 에릭 요한슨의 사진전이다. 왜냐하면 에릭 요한슨의 사진은 죄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상상으로나 가능한 모습을 사진에 담아놓았다. 비현실적이고 비과학적이지만, 그 모든 게 사진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이 가장 놀랍다. 그래서 가장 신기한 사진을 보고 싶다면 에릭 요한슨의 사진을 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사진이 가능한 건 에릭 요한슨은 수백 수천 장의 사진을 찍어 그 사진들을 합성하는 편집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표현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어떻게 표현할지 구상한 후 장소를 물색하고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전시회에 방문하면 에릭 요한슨의 구상이 담긴 노트를 볼 수 있는데, 노트를 보면 알겠지만 구상이 매우 단순하다. 그래서 이렇게 단순하게 구상해놓고 장소를 찾아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사진을 찍고 편집을 하는 에릭 요한슨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옆의 다른 관람객이 에릭 요한슨을 '포토샵 만렙'이라고 표현한 것이 적절한 것 같다. 실제로 이렇게 한 작품을 구상하고 찍고 편집하는데 수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에릭 요한슨의 전시회를 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감상하면서 발견한 몇 가지 요소를 적어볼까 한다.

에릭 요한슨의 사진에서 하늘에 새가 있는지 찾아보자. 꽤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배를 소재로 이용한 사진이 매우 많다. 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에릭 요한슨에게 배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면 좋다.

그리고 많은 사진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와 자연 풍경이 합성되어 있다.

밝음과 어둠, 불투명함과 선명함, 미래와 과거의 대비가 있는 사진도 많다.

그리고 사진 속 인물이 직접 무언가를 바꾸거나 만들어나가는 사진이 많다. 길, 겨울, 낮과 밤이라고 하면 전시회에 다녀온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할 것이다.

 

그저 신기한 사진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의 내면을 돌아보고,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꿈꾸고, 또 능동적인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길 바라는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그 미래는 불확실하고 두렵지만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희망찬 곳이 될 것이다.

 

 

저녁 예약을 한 달 전에 해놓았는데 갑자기 거리두기 강화로 9시 영업제한이 걸리면서 저녁 예약시간도 당겨졌고, 작품 감상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밖에 없어서 후반부는 제대로 보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이 리뷰는 에릭 요한슨 사진전에 투자하여 받은 초대권으로 직접 관람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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