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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뮤지컬 리뷰] 멸화군

by 미뉴르 2023. 7. 24.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학로에서 하는 뮤지컬이지만 그래도 소극장이 아닌 중형극장 규모에서 진행됐다.

사람이 꽤 많네, 했는데 중간에 인터미션 시간에 확인해보니 R석은 절반 정도만 좌석이 채워져 있었다.

 

조선시대의 소방관, 멸화군에 대한 이야기.

멸화군이라는 게 있었는지도 몰랐고, 요즘 웹툰 <1초>라던가,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라던가 소방관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을 많이 접했고, 또, 굉장히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뮤지컬 <멸화군>에 대한 기대도 컸다.

 

<멸화군>의 대표곡 '멸화군'은 정말 좋다. 웅장하고, 경쾌하고, 박력있고, 강단있다.

그리고 중간중간 재미를 주는 캐릭터인 부대장 캐릭터도 좋았다.

 

<멸화군>은 결국 범인이 누군지까지 예측되는, 뻔한 성장 스토리였다.

(뻔한 스토리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영화 <엘리멘탈>도 뻔한 스토리였지만, 훌륭한 연출로 시간가는 줄 모르게 만드는 영화였으니까)

조금 촐싹대는 주인공 천수, 그와 대비되는 책임감 있고 진중한 멸화군 대장 중림.

같은 대규모 화재로 가족을 잃고도 천수와 다르게 잘못된 방향으로 비뚤어진 연화.

 

중간에 피곤해서인지 지루해서인지 조금 졸았던 부분이 있다.

방화범이 밝혀지고 중림이 갈등하게 되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일단 방화범이 왜 저런 방향으로 비뚤어진 것인지 이해가 잘 안됐다. 저게 말이야 똥이야...? 싶은?

그리고 중림이 무슨 선택을 할 것인지 뻔했고, 그 장면에서 방화범의 감정선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서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던 게 아닐까 한다.

 

<멸화군>에서 가장 기대했던 건, 화재를 다루는 뮤지컬인 만큼 그 화재현장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였다.

볼거리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고, 화재 장면은 꽤 잘 표현했던 것 같다.

그런데 소방관을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화재 사건이 많지 않았던 스토리는 조금 아쉽다.

'불이 나지 않으면 멸화군도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방화범의 방화 이외의 화재는 잘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멸화군의 존재 의의에 대한 표현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화재로 조선 사람들이 멸화군의 필요를 인정하게 되는 장면을 포함하며 끝났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이건 좀 뮤지컬을 뮤지컬로 보지 못하는 감상이지만, 저 정도 물통으로 어떻게 화재를 진압했을까, 물은 어디서 길어다가 썼을까, 실제 조선시대의 멸화군은 정말 화재를 진압을 했을까에 대한 의문이다.

불은 굉장히 빠르게 번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조선시대에는 불이 번지기 전에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는 것도 참 힘들었을 텐데 말이다.

 

내게 <멸화군>에서의 감동은 마지막이 아니라 초반에 다가왔다. 뮤지컬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3년간 멸화군에 지원했지만 계속 떨어지고 있던 천수가 멸화군에 합격한 후에 부르던 노래 '알을 깨고 나온 새'를 부를 때 마음이 울컥했다.

원래 처음엔 다 그래 항상 완벽할 순 없잖아
하지만 난 아는 게 많아서 금방 배울 수 있어

이게 현재의 내 모습, 또 과거의 내 모습을 대변했기 때문에 울컥했다.

늘 처음엔 완벽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부족하고 서투르고 요즘 표현으로 '폐급'이나 마찬가지였던 내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도 꽤 짧은 시간만에 평균 수준도 아니고 우수한 수준에 이르렀던 기억들.

그리고 지금 현재 일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들. 나는 지금 일에 아는 게 없는데 금방 배울 수 있을까.

요즘은 꿈도 일과 관련된 꿈을 꽤 많이 꾼다.

 

 

아, 그리고 이번에 유니플렉스는 처음 가봤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큰일날 뻔했다.

카카오맵에 유니플렉스 1관을 분명히 도착지로 설정했는데 2관쪽 위치를 알려줬고, 그쪽 골목으로 들어갔더니 중국집 입구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쪽에도 <멸화군>현수막이 걸려있어서 대체 입구가 어디야 하며 헤매다가 결국 중국집에 물어봤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중국집에 유니플렉스 입구를 묻는 사람이 많았는지 직원분이 바로 대답해줬다.

한 골목 더 돌아서 유니플렉스를 찾았다.

혹시나 유니플렉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헷갈리지 않기를.

그리고 대학로 그 좁은 골목에 제발 차 좀 안 가지고 왔으면 좋겠다. 무료 주자장도 아닌데 그 좁은 동네에 차가 웬 말이란 말인가.

 

 

이 글은 뮤지컬 <멸화군>에 투자하여 받은 초대권으로 직접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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