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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뮤지컬 리뷰] 스페셜 딜리버리:HOME

by 미뉴르 2022. 8. 6.
스페셜 딜리버리:HOME 커튼콜 영상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연업계에서 종사하는 지인의 초대를 통해 다녀왔다.

사실 초대를 받기 전까지는 들어본 적 없는 뮤지컬이라서 괜찮을지 조금 걱정했다.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하는 뮤지컬도 몇 번 갔었는데, 아무래도 가격이 싸거나 소규모로 진행하는 뮤지컬의 퀄리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페셜 딜리버리는 2016년도 초연을 시작으로 2018년도에 재연되었고, 스토리를 약간 수정하여 2020년도, 2021년도 인천, 그리고 다시 2022년에 서울에서 공연하게 된 뮤지컬이다.

 이렇게 여러 시즌으로 재연을 한다는 것에서 작품성은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됐다. 그래서 기대를 조금 안고 공연장에 방문했다. 공연장은 길음역에서 도보로 7분 정도 거리에 있다.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매표소에서 티켓을 수령할 수 있다. 자리를 지정하지 않았어서, 자리가 선착순일 것 같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표를 받아놨다. 수요일 저녁 8시 공연이어서 퇴근하자마자 바로 공연장 근처로 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저녁을 먹고 나니까 시간이 45분 정도 뜨기도 했다. 그래서 남는 시간 동안 공연장인 성북미디어문화마루를 좀 구경했다. 건물 내에 도서관, 수영장, 공연장까지 갖춘 문화공간이 있는 이 동네가 조금 부러웠다.

 티켓을 수령하면 티아시아 카레도 하나씩 나눠준다. 티아시아에서 이렇게 뮤지컬을 통해 홍보할 정도면 그래도 꽤 인지도 있는 뮤지컬이라고 생각했다. 공연이 끝나고 QR코드로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추첨을 통해 유가네 닭갈비 1만원권도 준다고 했는데, 추첨인 데다가 닭갈비도 아니고 닭갈비 1만원권이라서 별로 탐나지 않았다.

 

 공연장은 총 324석인데 실제로 티켓이 나오는 좌석은 80석 남짓인 것 같다. 사이드를 제외하고 센터 자리만 예매로 나와있는 것을 인터파크 예매를 통해 확인했다. 2열에 지정되어 2열에 앉긴 했는데, 1열과 2열의 좌석 높이 차이가 없어서 1열에 사람이 앉으면 앞사람 뒷통수에 가려 무대 일부가 안 보이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람이 별로 없으니 뒷자리로 옮겨서 보는 분들도 좀 있었다. 3열까지도 높이차가 없었던 것 같다.

 공연 시작 전에 배우 세 분이 들어와서 관객들과 인사를 시작했다. 나도 초대를 받아서 온 입장인지라 처음에는 배우와 관객들이 아는 사이라서 이야기를 나누는 줄 알았다.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친근하게 인사했다. 그런데 엄마와 나에게도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어떻게 공연을 보러 오게 되었는지, 어디서 왔는지 등등 얘기하고 공연 재밌게 봐달라는 말을 남기고 무대로 올라갔다.

 

 무대는 공연장 규모에 비하면 좀 작지 않았나 싶다. 배우 3명에 소품도 별로 없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지 궁금했는데, 무대 벽을 스크린처럼 사용해서 배경을 보여줬다. 그리고 '라라' 역을 맡은 김성현 배우님이 1인 다역을 매우 훌륭하게 소화했다. 목소리 톤과 강약 조절에서 특히 배우의 연기력이 느껴져서 감탄했다.

 

 시작부터 Home, Sweet Home을 부르며 무대를 연다. 아마 이게 이 뮤지컬의 대주제가 아닐까 싶다.

가족이 아닌 가족의 이야기.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나가는 가족의 이야기.

 극의 시작과 함께 노래 중간에 "엄마, 나 왔어. 밥 주세요", "여보, 나 왔어, 밥 줘"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이 나는 참 찡했다. 나의 일상의 모습이고, 모두의 일상의 모습이다. 엄마와 같이 보러 간 공연이기에 엄마가 이 장면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했다. 일상처럼 당연하지만 또 참 소중한, 하지만 평소에는 "내가 밥통이냐? 왜 나만 보면 다 밥을 찾아?"라고 말하는 그런 엄마.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존재.

 배우들의 노래 실력은 매우 훌륭하다. 특히 세 배우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화음이 들어가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다. 이렇게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는 배우들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노래 실력을 돋보이게 하는 노래 자체도 매우 훌륭하다. 나는 멜로디를 매우 중시하는 편인데, 뮤지컬에서는 노래가 담은 가사도 중요하기에 가사도 열심히 들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았던 곡으로 뽑는 노래는 '머니'와 '너의 심장소리'다. '머니'에서 반복되는 가사와 멜로디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화음이 좋았다. '너의 심장소리'는 도입부의 "쿵 쿵"에서 소름이 돋았다.

 

 뮤지컬은 꽤 예민한 사회적 문제를 많이 다루고 있다. 가출청소년, 조건만남, 청소년임신, 낙태, 성소수자, 연예인루머 등.

사랑을 꿈꿨지만 사랑에 배신당한 '사랑'이는 이제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폐경을 앞두게 되었다.

'사랑'의 오랜 친구이자 게이인 '라라'는 아이를 가지고 싶지만 입양조차 어려운 현실에 부딪힌다.

그리고 아이를 가지고 싶은 이 두 사람 앞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그 임신이 짐이 되어버린 '하리'가 나타난다.

나는 여전히 낙태는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극 중에서 '라라'는 낙태를 원하는 '하리'에게 그저 이렇게 말한다.   "네 생각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

 본인의 생각이 어떻고 본인의 바람이 어떻든, 남에게도 그 선택과 바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공연에서는 "괜찮아.", "넌 이미 있는 그대로 완벽해.", "네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라는 메세지를 많이 준다. 요즘 이런 메시지들을 보면 조금 위화감이 드는데, 당장 한 10년 전쯤에야 이런 메시지들이 흔하지 않았고 이것이 큰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봉사를 하고 있는 현재, 당장 내가 하는 봉사활동이 아니라도 이런 메시지들은 꽤 흔해졌다.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결정하고 그것을 존중하는 게 당연한 세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자기 생각이 더 맞다고 주장하고 자기 생각처럼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리고 나도 여전히 약간 그런 부류다. 내가 내 생각을 고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음을 사람들이 이해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나도 언제까지고 생각이 안 바뀌는 꽉 막힌 사람은 아니다. 어떤 계기로 생각을 바꾸게 된다면 또 수용하는 편이다.

 

 적은 관객 수에 살짝 걱정했지만, 뮤지컬을 다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이거다.

이렇게 재밌고 좋은 공연에 왜 사람들이 없지?

그래서 처음엔 리뷰를 쓸 생각까진 없었는데 리뷰를 쓰게 됐다. 리뷰를 쓸 생각이 없기도 했고 공연 중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다른 사진은 없다. 마지막 커튼콜에서 촬영이 허용됐는데 촬영할 타이밍을 놓쳐버려서 아무것도 찍지 못했다.

 공연이 재미없었다면 선뜻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기가 망설여졌을 텐데, 누가 봐도 만족할 만한 공연이라고 생각되어 회사 동기에게도 추천해줬다.

 

 주차장이 협소하여 자차 이용은 자제해 달라고 되어있는데, 주차장이 꽤 넓다. 주말은 모르겠는데 평일 저녁 공연은 차를 수용할 공간이 충분하다. 공연 관람객의 경우 2시간 무료 주차인데, 공연이 시간을 초과해서 105분 정도 소요됐고, 조금 일찍 도착해있던 탓에 2시간 15분 주차했더니 추가 요금 1,000원을 지불하라고 했다. 이건 공연의 문제보단 융통성 없는 성북미디어문화마루의 문제지만 좀 아쉬웠다.

 

스페셜 딜리버리:HOME 상세 정보 및 티켓 예매 ▼

https://blog.naver.com/mjplanet00/222756587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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