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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일기

[일기] 2019년 11월 24일

by 미뉴르 2019. 11. 24.

 오늘 외출 준비를 하면서 내가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다.

언젠가 내 경험을 담은 장편 소설을 꼭 쓰리라, 꿈꾸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긴 글을 잘 쓰지 못한다.

정확히는 어떤 스토리를 구성하고 뼈대를 만든 이후에 글을 쓰는 것을 잘 못한다.

즉흥적으로 쓰기엔 그만큼 소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나가지도 못한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부족하여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은 잘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장편소설에서는 빠질 수 없는 묘사를 잘 해낼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아마도 그렇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을 처음 인지한 건 중학교 때였다. 그 전에는 또래 아이들이 쓴 글을 읽어볼 일이 많지 않았기에 비교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중학교 교내 백일장에서 처음으로 글을 잘 썼다고 칭찬을 받았다. 아마 그게 1학년 때였나. 안타깝게도 입상은 하지 못했다. 후보까지 올랐었다고, 국어선생님이 말씀해주셨다. 내가 특출나게 뭔가를 잘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내게 그 일은 특별했다.

 

 하지만 모든 글을 잘 쓰지는 못한다. 그때 백일장에서 쓴 글 역시 내 경험에 기초한 것이었고, 내가 마무리하고자 했던 방향이 명확했다.

 나의 생각과 감정을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가는 걸 좋아한다. 나의 경험을 주저리주저리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중학교 때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고민상담 글을 지나치지 못하고 오지랖 넓게 댓글을 매우 길게 단다. 그래서 나의 생각과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봉사활동까지 하게 되었다. 과연 나의 글은 어디를 향해서 가고 있는 걸까. 내가 내 글을 언제까지, 어디까지 활용하게 될까.

 

 논문이나 어려운 글은 잘 쓰지 못한다.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것도 싫어하고 어려운 표현을 쓰는 것도, 복잡한 내용을 쓰는 것도 싫어한다. '잘 쓴 글은 독자가 읽기 좋게 쓴 글이다'라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

 그리고 행정법을 공부하던 당시를 떠올렸다. 법을 공부하면서 느낀 건, 국민들이 국사를 배우고 있을 게 아니라 법을 먼저 배워야 했다. 역사는 반복될 '수도 있는' 과거이지만, 법은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었다.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한인 제소기간 내에 소를 제기해야 하는 사건들의 경우, 법을 알아야 빠르게 대처하여 기한 내에 제소가 가능하다. 법을 모르고 우물쭈물 있다가는 제소기간을 놓쳐 아무런 판결도 받을 수 없게 된다. 내가 행정법을 배우기 전에는 각하와 기각조차 구별을 못했듯 많은 국민들이 그러할 것이다. 법조문도, 판결문도 굉장히 어려운 한자어와 표현으로 적혀 있다. 잘 쓰지도 않는 한자어가 법조문에는 가득하다. 판결문은 5줄이 넘는 매우 긴 끊기지 않는 문장으로, "~하지 아니하다고 볼 수 없어 ~으로 인정하지 아니한다."와 같이 굳이 말을 꼬아서 써 놓는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 이상을 생각해야 문장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법을 공부하던 당시 이것을 엘리트들이 만들어놓은 '장벽'이라고 생각했다. 일반인들이 법을 어렵게 인식하여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법을 활용할 수 없도록 말이다. 일반인들이 법에 대해 알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겁났던 것이 아닐까. 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어렵지 않다. 일반인은 법조문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외울 필요도 없고, 판례를 달달달 외울 필요도 없다. 그저 법이 어떤 것을 허용하지 어떤 것을 허용하지 않는지 그 흐름만 알면 된다. 어느 정도 법조문을 보다 보면 나름대로 상식적이고 다 근거가 있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학교에서 과제를 할 때도 힘들어했었다. 보고서에는 나름 학문적인 용어를 쓴다. 그러나 내가 쓰는 단어나 문장표현은 그런 표현과는 거리가 있었다. 함께 조별과제를 하던 사람이 내가 쓴 문장 중 한 문장의 배열을 고쳐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나는 의아해했다.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의미는 같고, 내가 쓴 문장도 이상하다는 느낌을 못 받았는데 그 사람은 내가 쓴 문장이 비문이라고 했다. 그래, 내가 비문에 대해 잘 모르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넘어갔다.

 

 물론,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쓰는 기본적인 능력은 필요하다. 혼자만 생각하고 있다가 맥락도 없이 뜬금없는 타이밍에 엉뚱한 말을 해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고 답답하게 만들기도 하는 사람을 보면서 느꼈다. 그 사람은 적어도 앞뒤에 필요한 최소의 말은 해주어야 하는데 그조차도 없었다. 방금 전까지 연예인 이야기를 하다가 말이 끊긴 후, "좀 아닌 것 같아요."라고 누군가가 말한다. 그럼 내가 "뭐가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묻는다. 그럼 그 사람이 말하고자 했던 상황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그런 상황을 바로 제시하지 않는다. "집에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온다. 그러면 나는 "언제 집에 가는 거요?"라고 다시 한번 물어보면서 매우 매우 피곤해진다. 그 사람이 던지는 맥락이 매우 뜬금없거니와, 불충분한 상황 설명으로 내가 말을 이해하려면 그 상황을 하나하나 다 물어봐야 했다.

 

 그래서 이 수많은 생각을 거쳐서 내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생각의 결론은, 그저 이렇게 일기 쓰듯 쓰는 글이, 나의 경험과 생각을 담은 리뷰들이 어쩌면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글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먹는 것에 비해 살이 잘 안찌는 체질인데 나는 그것을 내가 머리를 많이 쓰기 때문, 다시 말하면,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뭐, 남들이 생각을 얼마나 어떤 속도로 하는지 알 수 없으니 비교도 불가능하고 사실 파악도 불가능할 거다. 그래도 남들보다 칼로리를 많이 소모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게 가장 납득할만한 이유인 것 같다. 일단 움직이는 건 진짜 싫어하니까.

 어릴 때, 나는 정말 말이 없는 아이었다. 아마 내 생각을 표현할 적절한 말을 못 찾았기 때문인 경우가 있었을 거고, 그 외에는 그 말을 해도 되는 상황인지 눈치를 보았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주변의 아이들은 나를 답답하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그렇게까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고, 당장 생각난 말을 뱉어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도 되고, 아니면 아니라고 해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예전만큼 답답한 사람은 아니다. 말없이 앉아 있는 그때의 내게 반 친구들이 "뭐 해?"라고 물어보면 나는 "멍 때리고 있어."라고 답했다. 사실 멍 때린 적은 거의 없다. 늘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생각을 그 아이들에게 말할 수 없었을 뿐이다. 지금도 내가 멍 때리는 순간은 누군가가 말을 매우 길게 해서 집중력이 흐려지는 때뿐이다.

 

 이 모든 생각이 머리를 감는 그 시간동안 했던 생각들이다. 이렇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나의 생각을 블로그가 표현하기 적절한 수단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어서 일단은 활용해보려고 한다. 나에게 가장 적합한 글이 무엇인지도 앞으로 계속 찾아보려고 한다.

 

 이 외에도 책과 관련되었던 나의 과거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었다. 어쩌다보니 중학교 때 블로그의 콘텐츠를 '책'으로 잡았었다. 도서관에 2주마다 갔었고, 학교 도서부이기도 했었다. 뭔가 도서부에 대한 동경과 로망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도서부를 했었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도 아니었고, 딱히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추리소설읽기부에 들어갔었다. 가장 만만한 게 독서여서였을까. 

 

 이제는 자꾸 일을 여기저기 벌리는 내가, 어떤 방향의 길을 가게 될 지 종잡을 수조차 없다. 수많은 취미를 가졌었고 계속해서 바뀌었지만 다시 회귀한다. 특출나게 잘하는 것은 없지만 내가 어느 정도 흥미를 가진 것은 그래도 평균 이상은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을 와다다다 쏟아내는 글을 쓰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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