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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리뷰] 이프 온리

by 미뉴르 2019. 11. 30.

 

 

이프 온리 (1disc) - DVD
배급 : 길 영거 / 폴 니콜스,제니퍼 러브 휴잇(JENNIFER LOVE HEWITT)역
출시 : 2009.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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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로 두 번째로 보게 된 영화 이프 온리.

영화 장르를 크게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혼자 볼 때는 주로 로맨스 영화를 선호한다. 그래서 플립을 시작으로 이프온리, 노팅 힐, 노트북, 500일의 썸머, 그녀(Her) 등 유명한 로맨스 영화를 봤었다. 그 중에 꽤 감명을 받은 것도 있고 공감하지 못했던 영화도 있지만 오늘은 이프 온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If only...... : ~이면 좋을 텐데...

우리가 문법을 배울 때 가정법으로 배우면서 나오던 그것이다. 그리고 이 뜻에 맞게 남자주인공 이안의 소망을 현실화하는 내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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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는 단순하다. 여느 때와 같은 어떤 하루, 남자 주인공 이안은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있었다. 함께 눈을 뜬 그의 여자친구 사만다는 그가 자신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길 바라지만 이안이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만다가 커피 포트에 손을 데이고, 지나가던 오토바이가 던진 쓰레기를 맞아 옷을 더럽힌다. 이안은 출근길에 시계가 깨지는데 시계는 깨진 시간이 9시 이전인데도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집에 옷을 갈아입으러 온 사만다는 이안이 서류파일을 놓고 간 것을 보고는 이안에게 전달해주기 위해 회사로 달려간다. 급한 마음에 회의실에 난입하였는데, 같은 서류파일을 이안이 들고 있다. 복사본이었던 것이다. 사만다의 난입 덕에 이안은 미팅을 망치게 된다. 각자의 하루를 보낸 후, 사만다가 3년의 공부를 끝내는 졸업 콘서트에 이안이 참석한다. 가는 길에 택시 기사가 이안에게 연애 고민이 있냐고 물어본다. 이안은 사만다와의 관계가 좋지 않음을 털어놓는다. 졸업 콘서트 후, 사만다가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올리버라는 아이가 사만다에게 축하를 해주러 왔으나 이안은 그저 빨리 떠나고 싶어 한다. 이안과 사만다는 결국 저녁을 먹으며 싸우게 된다. 싸움 후에 사만다는 택시를 타고 홀로 떠나버린다. 그리고 그 택시는 신호 대기 중에 사고가 나고, 사만다가 죽는다. 사만다의 죽음에 슬퍼하던 이안은 사만다가 자신을 생각하며 만든 악보를 발견하게 된다. 그 악보와 사만다의 다이어리를 안고 잠이 든다.

 다음 날, 사만다가 이안의 옆에 살아 있다. 같은 하루가 다시 반복된 것이다. 이안은 하루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만 과정이 조금 달라질 뿐 주요 사건들의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사만다의 죽음을 막아 보려던 이안은 택시기사의 조언에 따라 마음을 바꿔 사만다를 행복하게 해주고, 사만다와 함께 있어주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는 것을 선택한다. 사만다에게 완벽한 하루를 전해주고, 두 사람은 전날과 달리 함께 택시에 오른다. 이안이 사만다를 살리고 죽는다.

 

 처음 말하고 싶은 부분은 사만다와 이안이 졸업 콘서트 이후 밥을 먹으며 싸우던 장면이다. 이안에게 사만다는 늘 2순위였다는 말, 그 기분이 어떤지 잘 안다. 나의 경험과의 차이는, 이안은 사만다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그 표현방법을 모를 뿐이라는 것. 사랑하지만 표현을 미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라는 걸.

 하루가 반복되는 것을 알았을 때 이안은 처음에는 사만다를 살리고 싶어했다. 하지만 택시기사를 만나고 그의 마음은 바뀐 것 같았다. 택시 기사의 조언은 그저 그녀의 곁에 있어주라는 것. 그리고 "Just love her.". 그저 그녀를 마음껏 사랑해주라는 것. 친구들의 연애 고민을 들을 때도, 그리고 내 연애를 돌이켜볼 때도, 나는 헤어짐의 이유는 결국 하나라고 생각한다. 딱 그만큼만 사랑했던 거라고. 마음이 딱 그 정도였던 거라고. 그냥 마음이 이제 식어버린 거라고. 그 어떤 이유를 갖다붙여도 그 어떤 고난이 있어도 결국 그걸 이겨낼 정도가 아니라는 거니까. 사만다는 죽음도 사랑을 갈라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표현이 서투른 사람은 물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그 마음이 클 때는 나도 모르게 표현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 그래서 이안이 표현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부분이 조금 이해가 가지 않기도 했다. 저러면서 사랑한다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행동이 전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결국 행동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드러나는 행동과 태도에 사만다가 서운한 건 너무나 당연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의 과거, 가족, 아픈 이야기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게 사랑이다. 아무리 바보같은 모습을 보여도 그 모습까지 사랑하는 게 가능하다. 그리고 내가 그럴 수 있기에, 나의 과거를 말하고 싶고, 나의 가족에 대해 말하고 싶고, 나의 바보같은 모습까지도 보여주고 싶다. 나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도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줄 거라고 믿고, 나의 진짜 모습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으니까. 나에겐 이런 게 사랑이다.

 그래서 사만다의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 갔다. 사만다의 가족들을 소개시켜주고 싶고, 사만다의 고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이안의 고향과 가족, 과거를 알고 싶은 마음까지. 이안이 마지막까지 사만다에게 "기회가 된다면 너의 고향에 가서 너의 가족을 만나고 싶어."라고 말하지 않았던 건 조금 아쉬웠다. 이 말까지 했다면 사만다는 정말 행복했을 텐데. 물론, 지키지 못할 약속이어서 말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그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

 이안은 마지막 택시에 오르기 전, 사만다에게 사랑하는 법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랑받는 법도 알려줘서 고맙다고. 이안이 죽은 후, 사만다는 그 말을 떠올리며 "나는 그저 마음껏 사랑했을 뿐인데."라고 말한다. 이게 사랑이다. 마음가는 대로 마음을 주는 것. 재고 따지지 않고 그저 지금 마음을 표현하는 것. 재고 따지기도 전에 마음이 벅차올라서 그렇게 된다. 사만다는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처음 이안이 보았던 하루에서는 사만다가 죽었고, 하루 더 기회가 왔을 때는 사만다를 대신하여 이안이 죽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이안이 자기 대신 죽은 걸 사만다는 알까, 궁금했다. 그런데 오늘 영화를 보고나서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 운명이 죽이려고 했던 사람은 이안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안의 후회와 미련이 너무 클 것을 알아서 그에게 마음껏 사랑할 마지막 기회를 주려고 했던 거라고. 그래서 그에게 사만다가 죽는 하루를 먼저 보여줬을지도 모른다고. 드라마 '또 오해영'과 조금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미래는 정해져있고, 그 미래에 후회하는 그에게 기회를 주는 것. 차이가 있다면 운명을 바꿨냐 못바꿨냐 정도랄까.

 If only, 나에게 다시 하루가 더 주어진다면, 그녀를 마음껏 사랑할텐데...

제목의 의미가 이런 게 아니었을까.

 

 

 현 세대들은 '현재'의 소중함을 이전 세대보다는 잘 아는 것 같다. 그저 아끼고 미래를 위해 투자하던 이전 세대와 달리 현재를 즐기고, 젊음을 즐긴다. 이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르기에. 그래서 현 세대를 비난할 수가 없다. 나도 결국은 현 세대니까.

 여러 고민을 받지만, 그 고민들에 대해 내가 내리는 답의 맥락을 결국 비슷하다.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 고민을 쓴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선호하는 것. 그게 내가 보기에 합리적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 사람이 더 선호한다면 그 사람의 관점에선 그게 합리적인 거다.

 후회와 미련이 덜 남을 선택을 하라, 지금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 지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경험이란 무엇을 선택하든 결국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지금만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우리에게 내일이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 무언가를 포기하고 노력하는 선택조차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좋은 선택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 시간을 나쁘게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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