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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리뷰] 나의 소녀시대

by 미뉴르 2019. 12. 5.

 

 

나의 소녀시대 [초회한정판] (2DISC) - DVD
배급 : 프랭키 첸 / 왕대륙,송운화,이옥새,간정예역
출시 : 20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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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감상평은 시간이 없거나 기억에서 빠르게 사라져서 남기지 못한 경우가 많다.

책처럼 페이지와 대사를 적어놓은 것도 아니었으니깐.

오늘은 안 쓰고 넘어갈 수 없어서 가져왔다.

 

 딱 시작부터 아, 유치하구나 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캐릭터들이 귀여워서 그냥 보고 있었다. 유치한 것만 감안하고 본다면, 장면들이 어디서 많이 보았던 장면들이고, 스토리 전개와 결말이 뻔한 것만 감안하고 본다면

하나하나의 장면들, 인물들의 표정들, 대사 한마디한마디는 정말 크게 와닿는다.

그리고 지금 OST 소행운(小幸運)에도 푹 빠져 있다. 아마 당분간 나의 무한반복재생곡이 될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면 물풍선을 던지는 장면이었다.

서로에게 해맑게 웃으며 물풍선을 던지던 쉬타이위와 린전신.

그 표정과 함게 나왔던 대사는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됐다.

누군가에게 첫 물풍선을 던지는 이유는

싫어서가 아니라

눈에 그 사람만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대사를 보면서 누구를 가장 먼저 떠올렸을까. 그렇다. 이 대사를 보며 떠오른 사람 때문에 너무 슬프고, 예쁘고 감동적이었다.

눈에 그 사람만 보이기 때문. 그래서 나도 모르게 어느 새. 그리고 그것이 나 혼자만이기 때문에 힘든 거 아닌가. 적어도 영화 속 두 사람은 서로에게 서로뿐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에게.

내 머릿 속이 한 사람으로만 가득차 있어서. 그 사람은 모르겠지만. 알아도 모른 척 하겠지만.

 

 

그리고 다음은 가장 많이 나왔던 대사가 아닌가 싶다.

 

여자가 괜찮다는 건 괜찮지 않다는 것이고

상관없다는 건 상관있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후에 알게 됐다.

여자가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하는 건

정말 보고 싶지 않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보고 싶은 거라는 걸...

그것도

아주 아주...

 

린전신이 쉬타이위와 타오민민을 밀어주기 위해 충고할 때 처음, 그 다음 린전신이 외출금지를 당하고 괜찮다고 했을 때 이 말을 기억하고 달려와 준 쉬타이위, 마지막으로,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쉬타이위에게 말해버린 린전신이 쉬타이위와 마주치고도 모른 척할 때.

 다른 여자와 엮어주었고, 그녀에게 처음부터 관심이 있었던 그는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담아두었고, 그녀 또한 자신이 내뱉은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아버렸다.

내가 괜찮다고 했을 때 신경도 써주지 않는 그 누구와는 참 대조적이다. 예전에는 이렇게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 줄 사람을 원했었다. 수많은 드라마를 보던 어린 시절. 지금은 유치하다고 평가내리는 그 드라마를 보던 어린 시절. 나는 드라마 같은 사랑을 꿈꿨다.

 그리고 아직도 그런 사랑을 꿈꾸고 있다. 이렇게 순수하고 풋풋한 사랑. 나는 더 이상 순순하지 못해서, 그래서 슬펐던 것 같다. 내 마음 온전히 주는 것조차 겁이 나서. 이미 결말이 보이는 일에 모든 걸 걸 수가 없어서. 현실은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걸 이미 너무 잘 알아서.

 

 

나중에 알았어.

어떤 사람을 정말로 좋아하면

자기도 모른다는 거.

 

 와... 그래 나도 모른다는 거. 나도 모르는 새, 이미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다는 거. 그래서 많이 당황했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내 마음을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 집가는 길에 돌이켜보고, 누워서 다시 생각해보고, 다음 날, 그 다음 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야 알았다. 내가 좋아하고 있구나. 이미 내 머릿 속은 꽉 차버려서 어떻게 해야할 지 도무지 모르겠더라.

 

 

"걘 칭찬은 질리게 들었을 거야. 차라리 단점을 써서 시선을 끌어.

예를 들자면, 허리 굵다, 엉덩이 크다, 아주 가식적이다 등등"

"확실해?"

"응. 그리고 마지막에 한 마디.

그렇다고 해도

난 너를 좋아해."

 

 쉬타이위에게 린전신이 말해줬던 고백 방법이다. 이걸 알려주다가 "난 너를 좋아해."라고 말하는 순간 둘이 눈이 마주쳤고, 묘한 긴장감이 흘렀었다. 그때는 둘다 자신의 마음을 몰랐었지만.

그리고 쉬타이위의 실천력은 마지막에 확인할 수 있다.

 

 넌 키도 작고 멍청하고

다른 남자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난 여전히

너를 좋아해

 

  정말 가르쳐준 대로 잘 하는 남자다. 약속도 잘 지키고, 말도 잘 기억하고. 여자들이 설레는 부분은 이런 부분들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진부했을 그들의 마지막 재회는,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표정으로 인해 아름답게 느껴졌다.

연출이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건 확실한 것 같다.

내가 어릴 때 어떤 사랑을 꿈꾸었는지, 그리고 현실은 어떤지를 다시 바라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영화였다.

마지막에 눈물도 찔끔하고.

 

 

18.01.02 본인 작성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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