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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리뷰] 포르토

by 미뉴르 2019. 12. 8.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네이버 시리즈를 통해 보게 된 영화다. 평점이 낮은 편이라 영화 선물 중 가장 늦게 받았는데 가장 먼저 보게 되었다.

이유는 러닝타임이 76분으로 짧기 때문이다. 실제 뒤에 6분 정도는 엔딩 크레딧이니 70분짜리 영화라고 생각하면 된다.

 

 평점이 낮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솔직히 지루하고 별로 재미있지도 않았다는 감상평을 남기고 싶다. 포르토라는 도시의 아름다움을 연출했니 어쩌니 하는 감상평도 있었지만 내 눈에는 그 도시도 우울해보였다. 주인공인 제이크와 마티가 함께 걷자고 해서 걷는 그 길거리조차 사람이 안 다니는 외진 길같은 어둡고 우울하고 쓸쓸한 느낌을 주었다. 그런 걸 보면 우리나라는 길 곳곳이 참 예쁜 것 같다. 불빛이 반짝이는 도시도, 논과 밭에 둘러싸인 시골도. 그리고 여기저기 있는 산이 역동성을 주고 있다는 것도 처음 느꼈다.

 

 영화를 시작하고 내가 뭘 잘못 눌렀는지 나는 마티의 이야기부터 보게 되었다. 마티의 딸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그 장면부터 말이다. 그래도 영화 감상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마티의 이야기는 영화에서 두번째 파트였고 마지막 파트에는 마티와 제이크 모두의 시각으로 본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가 다 끝난 후 처음에 못 본 파트인 제이크의 이야기를 보았다. 그제서야 이 이야기가 제이크만의 시각/마티만의 시각/둘 모두의 시각 으로 구성되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영화의 시작 장면과 끝 장면은 똑같았다. 하룻밤 불타는 사랑을 함께 한 두 사람이 함께 누워서 계속 쳐다보고 있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 쳐다보고 있다. 이때 제이크와 마티의 대사가 나왔다. 

 

 "발굴 현장에서 처음 당신을 보고 기차에서 또 보고는 카페에서 만날 줄 알았어."

 "나도 그랬어. 바로 이거였어. 난 당신이 무슨 말을 할 지 다 알고 당신도 내가 할 말을 미리 알잖아."

 "우린 서로의 마음을 읽고 모든 게 너무 자연스러워."

 "우리가 서로에게 하는 말 한 마디, 작은 몸짓 하나도 있는 그대로 다 진실이야."

 "진짜 신기한 게 뭔지 알아? 그냥 저절로 다 알게 된다는 거야."

 

 두 사람이 함께 밤을 보내면 나누었던 대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대화에 무색하게, 마티는 제이크를 외면하고 피하게 된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일단 제이크가 기억하는 두 사람의 시간과 마티가 기억하는 두 시간에는 차이가 있다. 제이크가 기억하는 두 사람의 대화에는 제이크의 과거 이야기가 없다. 마티가 아팠던 이야기도 없다. 마티가 기억하는 두 사람의 대화에는 마티의 전남편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를 바라보는 마지막 이야기에는 두 사람의 위 대화가 없다.

 그래서 아직까지 헷갈리고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두 사람의 기억이 달랐던 것인지, 아니면 두 사람은 그 대화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인지 말이다. 보기만 해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두 사람의 그 시간이 오해를 만들고 마티가 갑자기 돌변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지 않았을까.

 제이크의 이야기에서는 마티가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티의 이야기에서는 마티는 사방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다고 했다. 자유로워지고 싶다고는 하지 않았다. 제이크가 그 자유를 자신과의 교제로 받아들였고, 마티는 더 이상 나아가고 싶어하지 않았다면 마티의 변심이 이해가 된다.

 

 이해가 되지 않아서 몇몇 리뷰와 후기를 찾아보았지만 이렇다할 글은 찾지 못했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생각이 두 사람을 파멸로 이끈 것일까. 그렇다면 이 영화는 대화를 하지 않는 많은 관계에 대해 비판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무리 상대방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분명 대화를 해야만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내가 상대방에 대해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정해진 대로, 예상하는 대로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않는다.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가치관도 바뀌고 달라질 수 있는 게 사람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제이크의 이야기에서 마티는 전남편이 마티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제이크의 기억 속 이야기는 마티가 전남편과의 만남을 담담하게 말했고,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 대화가 두 사람의 대화의 부재를 보여주는 걸지도 모르겠다. 마티는 말하지 않아도 전남편이 중요한 존재라는 걸 제이크가 알아주길 원했다. 그러나 제이크는 마티가 전남편에게서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고 받아들였다.

 

 상황설명을 일일이 하고 개연성을 잔뜩 넣고 대사와 독백이 많은 우리나라의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리, 외국 작품은 이렇게 난해한 순간들이 굉장히 많다. 대사가 없고 그들의 눈빛, 그들의 행동만으로 그들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가끔은 정말 뜬금없이 사랑에 빠진다고 느끼는 장면들도 있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야 원래 뜬금없지만,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말로 표현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거야말로 영화같은 일 아닐까. 비현실적인 일이라는 말이다. 상대방은 내가 아니다. 절대 나를 다 알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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