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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리뷰] 바람의 전설

by 미뉴르 2019. 12. 17.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BS에서 해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형사인 여주인공에게 형사 선배가 잠복근무를 명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경찰서장의 부인이 제비에게 당했는데 제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제비의 혐의를 밝혀내는 게 주요 임무였다.

여자는 남자의 병실 근처에 교통사고를 명목으로 입원하며 그를 지켜보고자 한다.

이렇다할 노력도 없이 그 '제비'라고 불리는 남자와 엮이게 되었고, 자기 얘기를 술술 털어놓는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의 과거사가 영화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는 그저 춤을 사랑하고 춤을 추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다.

그리고 그에게 춤을 배우게 된 여주 역시 춤을 좋아하게 되고 춤에 빠지게 된다.

한마디로 둘은 춤에 미쳐 있다.

 

그런데 이 영화가 2004년 영화임을 고려하자. 시대적 흐름에서 이미 많이 벗어나있다는 거다.

아무리 남자가 좋은 말로 포장을 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해도, 그는 제비가 맞다.

그가 순수하게 춤을 좋아했다고 하더라도 아무튼 그의 행동은 잘못되었다.

그저 춤을 추고 싶어서 춤방을 다녔다고? 춤을 출 곳이 없었다고?

자기가 배운 춤을 가르치는 길이 있었잖은가. 자신의 동창이 하던 것처럼 말이다.

남자가 사기죄로 감방을 가고 2년 만에 댄스스포츠가 흥하게 되었다. 그 전에는 그런 게 없었을까?

아니지, 있었는데 그 방향으로 노력하지 않은 거지.

그래, 춤방은 갈 수 있다 치자. 거기서 춤을 좋아하고 춤을 아는 사람과 춤을 출 수는 있다.

그래도 그 이상의 관계는 스스로 선을 그었어야지.

다시 만났을 때, 사업이 망했다는 거짓말이 아니라, 나는 당신을 마음에 품은 적이 없고 그저 춤을 추고 싶었을 뿐이다, 라고 말했어야지.

그걸 말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기에 그는 제비였던 거고, 그의 춤에 대한 열정이 정말 순수한 것이었는지 의심하게 되는 거다.

다른 선택지와 다른 방법이 있었는데 춤을 깎아내리고 왜곡시킨 건 바로 그 자신이다.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되기 싫었던 그의 졸렬한 마음 때문이다.

2004년에는 그저 재미로 보고 넘겼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현 시대에서는 비판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꿈에 대한 열정, 이런 걸 그리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남자의 잘못된 방식이 이를 망쳐버렸다.

그리고 형사로서의 본분을 잊은 여자도 잘한 건 없다.

춤이 그 정도로 매력적이라서 어쩔 수 없었다는 말, 통하지도 않는다.

요즘 시대에 춤 한 번 안 춰 본 사람이 어딨을까. 당장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무용수업이 있어서 탭댄스를 배웠고, 학교 축제를 위해 춤 연습을 한 적도 있다. 아니, 당장 그보다 더 전에 체육시간에 수행평가를 위해 직접 안무를 짜고 춤을 췄었다. 대학에 와서도 춤은 아니지만 문선단에 들어가서 문선을 배웠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춤과 정말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런 나도 춤을 출 수밖에 없었던 경험이 있다.

누구에게나 매력적이고 푹 빠지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그걸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 하지도 않고, 스스로의 양심을 버리면서 하지도 않는다. 스스로의 의무와 할 일을 잊어버리면서 하지도 않는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때에 비로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무를 다 팽개쳐두고 권리만을 가지려고 하는 건 욕심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인물들을 비판한다.

 

이런 거 다 떠나서 그냥 재미와 볼거리만을 위해 보고싶다면 나쁘지는 않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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