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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리뷰]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by 미뉴르 2019. 12. 21.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 DVD
배급 : 증국상
출시 : 201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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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감상평은 그리 자주 남기지 않지만, 오랜만에 괜찮은 영화를 본 것 같아서 남긴다.

네이버 시리즈에 무료로 올라오는 영화를 종종 보는데, 이 영화도 그 중에 하나였다.

엄청난 인기작은 무료로 잘 올라오지 않지만 영화를 좋아하고 다양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나쁘지 않은 루트이다. 어플을 통해 보면 평점도 바로 떠서 평점을 보고 영화를 고르기도 한다.

 

 아무튼 그렇게 보게 된 영화였다. 그리고 내용은 어찌보면 예상 가능한 전개이지만 나의 친구를 떠올리게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줄거리를 좀 길게 적어서 접은글로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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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여주인공이자 친구 사이인 칠월과 안생. 그리고 그 사이에 나타난 소가명이라는 남자. 놀랍게도 두 사람은 결국 사랑보다는 우정이었다.

 칠월과 안생은 너무 달랐지만 너무 잘 맞았던 친구 사이였다. 13살에 처음 만났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안생은 엄마 노릇 못하는 엄마와 살고 있었고, 정착할 곳이 없었고, 공부에도 흥미가 없었다. 도둑질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담배도 피고, 결국에는 떠돌아다니는 인생을 선택한다. 그녀는 27살까지만 살고 싶다고 했다.

 칠월은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고, 명문고등학교에 진학하였으며, 거기에서 소가명을 만난다. 그녀는 엄마의 말대로 그저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하여 살아가는 인생을 선택한다. 그녀는 안생이 떠난 자신의 삶이 재미없다고 말한다.

 

 칠월과 안생에게 가장 특별한 장면은 서로의 알몸을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다. 처음 두 사람이 친구가 되어 칠월의 집에 비에 흠뻑 젖은 몸을 씻으러 왔을 때, 안생은 칠월에게 가슴을 보여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안생도 보여준다. 부모님에게도 잘 보여주지 않은 자신의 알몸을 서로에게 보여줌으로써,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은 게 아닐까. 그런 장면은 두 사람의 청소년기에 다시 한 번 나온다. "가슴골을 보여줘."라고 말하며 웃는 안생. 이 말은 나에 대한 너의 우정을 보여 줘 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도 이 장면이 다시 한 번 나온다.

 

 두 사람의 첫 갈등은 칠월이 가명을 좋아한 이후에 발생한다. 안생이 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 번 돈으로 장만한 첫 집을 방문해서, 칠월은 소가명이라는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소가명이라는 이름을 말하며 행복해하는 칠월의 모습을 본 안생은, 소가명을 찾아간다. 학교 앞에서 무작정 소가명을 찾던 안생은 소가명과 마주친다. 또래보다 훤칠한 키, 잘생긴 얼굴. 누가 봐도 매혹적인 모습의 남자였다. 안생은 그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누군가를 사귀어 본 적이 있냐, 너는 차이는 쪽이냐 차는 쪽이냐, 이런 걸 물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친구가 널 좋아하고 있으니 잘 하라고 말하고 간다. 그 순간의 안생은 모습은 굉장히 당돌하고 매력적이었다. 아마 바르게 자란 소가명도 이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그런 당돌함에 매력을 느꼈으리라. 그래서 그는 안생을 뒤쫓아간다. 소가명이 쫓아온 걸 아는 안생은, 다음에 만나게 되면 자신을 처음 만난 것처럼 대하라고 한다.

 그리고 칠월은 안생의 조언에 따라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가명에게 고백하여 사귀게 된다. 당연히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안생에게 가명을 소개하려고 안생이 일하는 바에 데려왔다. 이미 그때부터 안생은 자꾸 가명에게 시선이 갔고, 가명은 안생에게 시선이 갔다. 아니, 이들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다. 하지만 안생은 이를 부정하려는 듯, 칠월이 화장실에 간 사이 자신에게 말을 걸려는 가명을 밀어낸다. 그렇기에 칠월은 이때까지 몰랐다. 그 날 그 곳에서 안생은 바 공연을 하던 밴드 보컬의 고백을 받아준다.

 칠월과 안생이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던 친구였기에, 칠월의 데이트에 안생이 함께 하는 일은 자연스러웠다. 세 사람은 자전거 두 대에 나누어 타고, 함께 어떤 산을 오른다. 체력이 가장 약했던 칠월은 뒤쳐지고, 착실한 남자친구인 가명은 칠월과 함께 올라가려고 한다. 안생은 산을 먼저 올라간다. 칠월은 안생이 사고를 칠 지도 모르니 안생과 함께 먼저 올라가라고 한다. 안생과 가명을 믿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위에서 만난 안생과 가명은 서로에 대한 설렘을 숨기지 못한다. 그럼에도 안생은 그의 마음을 거부한다. 그 두 사람의 애틋한 감정을 칠월이 보게 된다. 칠월은 모른 척했지만, 더 이상 세 사람이 함께 할 수는 없었다. 안생은 가명과 칠월을 먼저 보내고 혼자 집으로 간다. 그리고 그 곳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언젠가 고향을 떠나 떠돌고 싶다고 말했던 안생이었지만, 그 시기에 그런 식으로는 아니었을 거다. 그렇게 도망치듯 떠나고 싶지는 않았을 거다.

 칠월이 밴드 보컬인 남자친구와 떠나려는 안생에게 "그 사람을 사랑해?"라고 묻는다. 안생은 직접적으로 사랑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칠월 다음으로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그런 식으로 말했다.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씻는 것 빼고 다 했다고. 여기서 함께 씻는 것이 이 둘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일인지 다시 한 번 언급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사랑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함께 떠난 것이다. 물론, 그마저도 확신은 없었다. 그의 마음이 변하면 그때는 어떡하냐는 칠월의 질문에 안생이 뭐라고 답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순간에 대답에 확신이 없었던 것은 기억한다.

 안생과의 이별에 슬퍼하며 기차에서 안생을 붙잡고 울던 칠월은, 안생이 가명의 목걸이를 걸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이별은 오해 아닌 오해 속에서 끝이 났다. 후에 안생이 칠월에게 "내가 떠날 때 안심하지 않았느냐"라고 물었는데, 아마 그랬을 거다. 이별의 슬픔과 함께, 더 이상 안생이 가명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안도감이 들었을 거다. 그런 감정을 숨긴 채, 안생과 칠월은 편지를 주고 받는다.

 안생의 떠돌이 삶은 처음에는 즐거웠다. 자유를 추구하던 안생이 정말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함께 떠난 남자친구의 마음은 곧 변했고, 안생의 삶은 그 이후로 극도로 힘들어진다. 먹고 살기 위해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때는 칠월의 편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편지를 보내기만 하고 있었다. 안생이 칠월에게 보낸 모든 엽서 마지막줄에는 "가명에게 안부 전해줘."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 모든 순간 안생은 가명을 잊을 수 없던 거다. 그리고, 칠월은 당연히 가명과 함께 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안생은 돌아왔다. 북경으로 유학을 떠난 가명과 막 이별한 직후의 칠월이 안생을 따뜻하게 맞아줬다. 가명은 유학에서 돌아오는 2년 후, 칠월에게 결혼하자는 약속을 남긴 상태였다.

 칠월과 안생은 함께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둘은 싸운다. 이미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 온 둘에게, 서로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싸구려 여관에 묵으려는 안생을 칠월은 이해할 수 없었고, 레스토랑에서 다른 사람들과 내기하여 공짜술을 얻어내는 안생을 칠월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칠월에게 안생은 실망했고, 마지막에는 결국 가명 얘기가 나오며 그들의 우정의 틈이 커져버렸다. 칠월이 전부 내겠다고 했던 호텔비의 일부를, 안생은 그 짧은 시간에 벌어와서 놓고 떠난다. 칠월은 안생을 쫓아나갔지만 잡지 못한다. 그들의 싸움에서, 칠월은 자신의 모든 것을 안생과 나눠왔다고 말했다. 안생은 칠월에게 너는 선을 확실히 나누는 애라고 말한다. 칠월이 나눠 온 자신의 것은 가족이었다. 제대로 된 가족이 없는 안생에게 가족을 나눠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생에게는, 그 가족조차 칠월이 '원래는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가족에게 자신은 진짜 가족이 될 수 없음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가명은 두 사람이 나눠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너와 나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라는 대사가 영화 중간에 나왔었는데 어디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나눌 수 없는 것은 가명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안생은 북경으로 떠나버린다. 그리고 그 곳에서 가명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안생에게는 만나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칠월이 북경에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그건 네가 돌아오길 바라서야." 라고 말해준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그 우연의 만남이, 안생의 남자친구에게 사고가 일어나 죽으면서 복잡하게 얽혀버린다.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안생을 가명이 돌봐주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북경에 찾아오지 않았던 칠월이, 연락이 잘 되지 않는 가명 때문에 이상함을 느끼고 찾아온다. 안생과 가명이 함께 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칠월과 안생의 갈등은 극에 달한다.

 서로를 너무 잘 알았기에 서로에게 가장 상처가 되는 말을 골라 했다, 라고 훗날 안생은 말했다. 그 날의 싸움에서 가명은 직접적으로 거론되었다. 안생은 칠월에게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칠월은 안생의 마음을 모두 알아버렸다. 그녀가 아직도 가지고 있는 가명의 목걸이에 화를 냈고, 브래지어를 하지 않겠다던 그녀가 브래지어를 하는 모습에 화를 냈다. 가명의 취향에 맞추려는 것이냐고. 가명의 취향은 안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면서, 칠월은 옷을 벗는다. 가명의 취향은 이런 것이라면서. 그들의 우정을 보여 주던 그들의 옷을 벗는 행위가 갈등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부정적인 형태로 보여진 것이다. "너를 만났던 사람 중에 너를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 "너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뿐이야." 라고 칠월이 안생에게 말했다. 안생은 반박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안생에게 가장 아픈 부분이었던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외로웠던 안생이었으니까.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었고, 안생을 사랑한다면 더더욱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그렇게 싸우고 나오는 칠월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명에게 "내가 북경에 한 번도 오지 않은 건 네가 돌아오길 바랐기 때문이야."라고 말하고 떠난다.

 가명은 유학을 끝내고 칠월에게 돌아간다. 그녀에게 청혼한다. 그 누구보다 착실한 남자친구였으니까. 하지만 결혼식 날 가명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후 더 많은 시간이 흘렀을 때, 가명은 우연히 안생과 다시 마주친다. '칠월과 안생'이라는, 칠월이 쓴 소설이 인기를 모으던 때였다. 가명은 그 소설에서 안생이 새로운 남자와 잘 살고 있다는 내용을 보았다고 말한다. 안생은 "진작에 헤어졌어."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칠월과 연락이 끊긴지는 오래라고. 그녀를 더 붙잡고 얘기하려는 그를 안생은 피한다. "우리 셋 중에서 가장 먼저 도망친 건 네가 아니냐."라고 말하며.

 

 칠월이 쓴 줄 알았던 그 인터넷 소설은 사실 안생이 쓴 것이었다. 안생의 딸은 아빠를 찾고 싶은 마음에, 엄마가 소중히 하던 엽서들에서 '가명'의 이름을 보았고, 가명의 명함을 찾아 가명에게 전화를 건다. 가명은 안생에게 숨겨진 이야기를 요구한다.

 가명은 결혼식날 도망갔지만, 칠월은 가명의 아이를 가진 상태였다. 정확히는 가명에게 도망가라고 말한 것은 칠월이었다.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함께 할 수 없다고, 가명이 도망가야만 자신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아이를 가진 칠월은 안생을 찾아왔다. 그렇게 싸운 두 사람이었지만, "아이를 가지면 너에게 가장 먼저 알리고 싶었어."라고 칠월은 말했다. 안생은 칠월에게 아이를 함께 키우자고 말한다. "너는 착한 엄마, 나는 나쁜 엄마"가 되자면서. 그때 칠월은 사실은 자기가 나쁜 엄마라고 말한다. 착한 척하면서 관심 받는 법은 자기가 제일 잘 안다고. 모든 말괄량이 짓은 안생이 다 한 것 같았지만, 사실은 아니었던 것이다. 칠월이 더 적극적으로 말괄량이 짓을 했지만 '착한 척'을 더 잘했던 것이다. 표면적으로 더 착하고 모범적으로 보이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를 낳고 칠월은 자유를 찾아 떠나버렸다, 라고 안생은 가명에게 말했다.

 안생이 쓴 소설의 후반부에는 안생은 좋은 남자를 만나서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시작했고, 신랑이 도망간 칠월은 자유를 찾아서 떠났다고 되어있었다. 아이 이야기는 없이. 칠월은 안생이 처음 묵었던 여관부터 시작하여 안생이 살았던 삶을 살아보고 있다고. 그렇게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이것이 안생의 바람이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 온 두 사람이 이제는 서로 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것.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칠월에게 이해받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실제 칠월은 아이를 낳고 얼마 후 죽었다. 안생이 죽고 싶다고 했던 27살의 나이에. 그리고 그 아이를 안생이 키우고 있었다. 가명에게는 칠월이 죽었다고 차마 말하지 못했다. 칠월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면 가명이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절제하지 않을 것을 알아서였을까. 아니면 그의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해서였을까. 육상 동아리에 들어갔던 가명은, 그것이 안생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계속 뛰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안생을 처음 만난 이후로 계속 달렸다고. 안생에 대한 마음을 접기 위해 애써왔던 것이다. 둘은 마지막 헤어짐에서 "또 만나자."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 "또 만나자."라는 말을, 안생이 처음 떠나던 첫 이별에서 했었다. 그때 가명은 자신의 목걸이를 안생에게 주었다. 그 행동과 그 말이 그 두사람을 계속해서 우연히 만나게 만들었고, 그것이 이 비극의 원인이었다. 

 안생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자신의 마음을 숨길 생각이었다. 칠월도 이미 처음 안생이 가명을 거부하던 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져버린 일들이었다.

 

 

 

 나에게도 나와는 많이 다른 친구가 있다. 성격이 정 반대여서 우리가 어떻게 친구가 되었나 의문일 정도로.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좁은 인간관계를 가지는 나와 달리, 그 친구는 누구와도 금방 친해지고 사랑받는 친구다. 그것이 참 부러웠다. 어딜 가도 예쁨 받는 친구가 부러워서 그 친구를 닮기 위해 노력했다. 잘 웃는 그 친구를 보며 나도 웃는 연습을 했다. 그 친구만큼은 아니지만, 이제는 어딜 가도 잘 웃는다는 소리를 꽤 듣는다.

 그 친구는 내가 존경스러웠다고 한다. 자신이 해내지 못하는 일을 해내는 나를 보면서 친구인 게 자랑스러웠다고 한다.

 어쩌면 다른 사람이었다면 질투와 시기가 먼저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우리는 서로의 좋은 점을 보면서, 나에게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런 사람의 친구라는 건, 나도 그런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니까.

 딱히 이해를 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나. 그냥 우리가 너무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고, 나와는 다른 친구의 행동은 당연한 것이었다. 오히려 그게 참 좋았다. 단조로운 내 삶에 재미를 넣어주었으니까. 내가 내 행동에 거리낌없도록 만들어주기도 했으니까. 

 지금은 다른 지역으로 대학을 가고, 전혀 다른 길을 걸으면서 연락이 많이 뜸해졌다. 그래서 고민을 했던 적이 있다. 우리가 아직도 예전과 같은 친구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말이다.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친구는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게 무서웠다. 혼자인 순간들에도 잘 견딜 수 있었던 건, 언제든 나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가 남아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걸 인정해버리면 내가 무너질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다. 예전만큼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지만, 예전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과거는 변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가장 소중했었던 친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그 과거의 추억을 공유한다는 사실도 변함이 없다. 서로에게 이제는 더 친한 사람이 생겨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안다. 그것이 각자의 인생이니까. 내가 언제까지고 그 친구와 함께 하기에는.. 나는 내 인생이 너무나 소중하고 그 친구도 그럴 것이기에. 우리가 많이 달랐던 건 각자의 색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를 물들이려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색을 존중해주는 관계였다. 그 색이 조금 더 예쁘게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관계였다.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가 아니라고 해서, 우리가 더 이상 친구가 아닌 것도 아니다. 우리는 계속 친구로 남는다. 혹시 알까, 칠월과 안생처럼 어느 날 어떤 계기로 우리가 다시 예전처럼 가까워질 수 있을 지도. 예전만큼 언제든 어떤 얘기든 마음놓고 연락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연락을 조금 귀찮아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연락을 받아줄 거라는 건 알고 있다. 우리는 그런 친구로 남았다. 함께 하지 못해도 서로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영화에서 누군가의 그림자를 밟으면 그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다고 한다. 칠월과 안생은 서로의 그림자를 밟았다. 칠월은 가명의 그림자를 밟았다.

 뿔뿔이 흩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칠월은 그들과 함께 했었던 건지도 모른다.

 처음에 안생이 가명을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이들은 조금 더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을까. 그때가 아니었어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렸을까.

 

 

19.11.18 본인 작성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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