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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리뷰] 더 랍스터

by 미뉴르 2023. 7. 10.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좀 보다가 리뷰가 좀 특이해서 보게 됐다.

'블랙코미디'라는 평가 때문이었다.

블랙코미디가 정확히 어떤 것을 말하는지는 잘 몰랐지만, '특이한 영화겠구나'라는 생각이 영화로 이끌었다.

 

영화 초반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주인공은 아내와 이혼을 했고, 호텔에서 묵게 된다.

영화의 전체적인 세계관은 솔로로 사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인 것 같다.

웹툰 '모태솔로 수용소'가 생각났다. 거기에서는 커플이 될 때까지 수용소에 갖혀 지냈는데, 이 영화에서는 장소가 그저 호텔이었다.

그리고 45일간 호텔에서 커플이 되지 못하면 본인이 원하는 동물이 된다.

그리고 주인공은 '랍스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제목은 <더 랍스터> 이다.

나는 당연히 내가 되고 싶은 동물을 고르라면 거북이였다.

 

그 후의 영화는 끝날 때까지 좀 지루했다.

그래서 보다가 졸고 있어서 일단 자고 나중에 보기로 했다. 그만 볼 수도 있었지만 결말이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내가 궁금했던 부분은 바로 다음 부분 때문이다.

호텔에서는 45일이 다 돼가도록 사랑을 하지 못했던 주인공이, 호텔에서 도망나와 연애가 금지된 솔로들의 집단에서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사랑할 환경을 만들어주었을 때는 사랑을 하지 못하다가, 사랑을 하면 안되는 상황에서 사랑에 빠진다는 게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고, 그냥 뻔한 스토리라면 그들의 사랑은 들키고 말 텐데, 그들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인지, 결말은 어떻게 될 지가 궁금했다.

 

영화를 보면서 참 의아했던 부분은 이 부분이었다.

사랑을 하는데 '공통점'이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코피를 잘 흘리는 여자와 연애를 하기 위해 일부러 매일 코피를 내던 남자도,

동물이 되기 싫어 싸이코패스 여자처럼 싸이코패스 연기를 하던 주인공도,

왜 사랑이라는 감정을 저렇게 어떤 큰 공통점에서 찾아야만 할까.

 

이건 호텔에서뿐만이 아니었다. 솔로집단에 들어가서 여자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것도 근시라는 공통점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현실 연애는 그렇지 않지 않은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할 때 그 사람을 왜 사랑하게 되었는지 설명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정말 많다.

 

내가 마음이 좋지 않아 울고 있는 걸 그 사람만 알아차렸기 때문에.

그 사람의 생일을 믿어주지 않은 것이 미안해서

자꾸 마주치는 그 남자가 신경쓰이고 또 특이해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남자가 귀여워서

내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남자에게 마음이 움직여서

나를 볼 때마다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그 모습이 좋아서

리더십 있게 사람들을 통제하던 그 모습이 멋있어서

 

이게 지금까지 내가 좋아했던, 만나왔던 남자들에게 마음이 움직였던 시작이었다. 그 어떤 경우에도 '공통점'을 발견했기 때문에 좋아했던 적은 없었다.

나는 누구를 만나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공통점이 많든 적든 말이다.

나처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일 수도 있고,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산책하고 얘기 나누는 소박한 데이트를 좋아할 수도 있고, 일하는 것보다 노는 걸 좋아하고, 남들에게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10대처럼 열정적인 사랑을 꿈꾸고 있을 수도 있고,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할 수도 있고, 발라드를 좋아할 수도 있고, 노래 들을 땐 가사보다 멜로디가 더 중요한 사람일 수도 있다.

 

특히나 나는 모순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나와 공통점을 가진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것 같다.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하지만 즉흥적으로 노는 것도 좋아한다.

사람을 만나면 피곤해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한다.

새로운 것보단 익숙한 것을 좋아하지만 새로운 것을 해보는 것도 좋아한다.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 왜 꼭 어떤 공통점을 찾아야만 했는지, 그리고 왜 그 공통점을 만들어야만 했는지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사랑에 대해, 서로 다른 사람이 끌린다는 말도 있고, 서로 비슷한 사람이 끌린다는 말도 있다.

그에 대해 여러 의견을 보았지만, 결론적으로는 결국 비슷한 사람끼리 끌리는 쪽이 맞다고는 생각한다.

적어도 본인들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서로 다르다고 착각할 뿐, 정말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취향은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인 가치관은 비슷해야만 큰 트러블 없이 서로를 맞춰나갈 수 있다.

기본 전제가 틀리면 백날 설득하고 이해하려고 해봐야 소용이 없으니까.

 

그런데 이 영화는 가치관을 다루는 이야기는 나온 적이 없다. 이들에게 가치관을 생각하고 그것을 정의하는 것은 마치 죄인 것만 같다. 생각을 하고 생각을 가지는 것이 죄인 것 같다.

그래서 인물들은 눈에 보이는 공통점을 찾아야만 했다.

 

또 한 가지 신기했던 건, 요즘 방영중인 <하트시그널>을 포함한 여러 연애 프로그램들은 남녀를 한 공간에 모아놓고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45일간 호텔에 함께 지내는 이 남녀는 호감을 가지고 표현하고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

일단 연애 프로그램들처럼 공식적인 데이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연애 프로그램에서 각자의 인기는 자존심과 관련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인간으로서의 생존과 관련된다.

생존이 분명 더 1차적인 인간의 욕구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사랑을 해본 적 없는 사람들처럼 극단적인 노력만을 한다. 코피를 내거나, 싸이코패스 흉내를 내는 것처럼.

 

그리고 호텔에서 나와 45일이라는 시간에 따른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을 때, 그때서야 사랑에 빠진다.

사랑은 생존 욕구보다 고차원적인 욕구에 들어가서인지, 생존의 위협이 조금 더 줄었을 때에서야 사랑이 가능했던 걸까.

 

마지막으로 남자는 여자와의 공통점을 만들기 위해 본인도 장님이 되기로 한다.

하지만 진짜 장님이 되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진짜 사랑이라면 그는 장님이 되었을까?

장님이 되어야만 그의 사랑이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

'공통점'이라는 것이 결국 그들의 사랑의 본질을 더 흐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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