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KBS2 동백꽃 필 무렵 공식 포스터 다운로드(http://program.kbs.co.kr/2tv/drama/camellia2019/pc/detail.html?smenu=cac6b1)
<동백꽃 필 무렵> OST 중 제일 마음에 드는 곡.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 드라마 리뷰가 이 드라마가 될 줄은 몰랐다. 최근에 매우 재밌게 본 <멜로가 체질>을 쓰고 싶었는데 기억이 많이 희석되어서 쓰지 않았다.
드라마 리뷰라는 게, 굉장히 긴 드라마를 글 하나에 담아내기가 어려워서 쓰기가 많이 망설여졌다. 그래서 드라마 덕후임에도 차마 드라마를 블로그에 담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23일부터 3일간 정주행한 드라마라서 한 번 써보려고 한다.
최근에 만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드라마 추천을 받을 때 <멜로가 체질>과 함께 꼭 언급되었던 드라마가 '동백이', 그러니까, <동백꽃 필 무렵>이었다. <멜로가 체질>은 이미 2번 정주행 완료한 상태다.
공효진의 출연작은 이전에 <최고의 사랑>을 봤었고, 스토리와 남주(독고진)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언제였지, 꽤 오래 전에 공효진이 스스로를 예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나는 공효진이 외모는 평범, 연기로 승부를 보겠다는 그 인터뷰가 조금 충격적이었다고 해야하나,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그래서 공효진을 보면 그게 자꾸 생각난다. 이번 동백이는 예쁜 여자 설정이라서 그게 더 생각났다.
+ <최고의 사랑>은 윤계상 버전으로 만들어 놓은 뮤비를 보고 반해서 보게 되었던 드라마라서 서브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문제의 그 영상 넣어놓는다. 서브병에 안 걸리겠냐구ㅠㅠㅠ 저렇게 설레는데ㅠㅠㅠㅠ 윤계상 눈빛 어쩔거야ㅠㅠ
<동백꽃 필 무렵>에 대한 전체 감상평은, 기대에 못 미쳤다, 이다. 어떤 친구들은 <멜로가 체질>보다 낫다고 했지만, 나는 현실적인 캐릭터, 현실적인 대사, 현실적인 스토리에 더 공감하고 몰입하는 편이다. 연출이나 연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내가 보통 드라마를 보면서 매력있다고 느끼는 매력이 없었다.
까불이를 추리하게끔 만드는 구조가 <손 the guest>와 유사한 구조라는 느낌도 있었지만 그만큼 치밀하게 스토리가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는 느낌이었다. 그 원인은 장르가 스릴러가 아니라 로맨스 휴먼 드라마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뭐랄까, 나에게는 조금 잡탕같은 느낌이었다. 사랑도 담아야하고, 추리도 담아야하고, 코믹적인 요소도 담아야하고, 가족애도 담아야하고... 그냥 넣고 싶은 건 다 넣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뭔가 크게 기억에 남지는 못하는 것 같다.
동백이같이 자존감 낮고 움츠려드는 캐릭터가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그럴수록 더 이 악물고 살았어야 했고, 그럴 수 있는 캐릭터였는데도 슬픔에 잠식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막판에는 좀 각성한 것 같았지만 그 각성도 부족해보였다. 다른 드라마의 강인한 여주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또 오해영>의 해영이도 아픈 상처는 있지만 사람을 사랑할 줄 알고 사랑받을 줄 아는 여자였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동백이는 엄마가 완전히 버린 게 아니었다. 분명 "1년만 기다려라."라고 했었다. 엄마와 함께한 7년은 그래도 행복했었을 텐데, 그 기억을 싹 다 지워버리고 안 좋은 기억만 안고 스스로를 바닥으로 끌어내린 건 동백이 자신이다. 나는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의 열매처럼, <또 오해영>의 해영이처럼, <멜로가 체질>에 나오는 여자 캐릭터들처럼 자신이 할 말은 다 하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캐릭터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무엇을 해도 빛이 난다. 현실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매력을 가진 사람.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스스로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남들이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장점을 찾는 것도,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노력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거다. 최소한의 노력은 하자.
순박한 청년인 용식이도 내가 느끼는 매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착한 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착하면서 똑똑한 사람을 좋아한다. 용식이가 운이 좋고 특별한 상황 하에 열의를 발휘했을 뿐, 그렇게 똑똑한 캐릭터는 아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그저 배부른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복자라고는 하지만 엄마와 형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그 사랑 덕에 크게 힘든 일 겪지도 않았었다. 그저 생각없이 태평하게 살아 온 캐릭터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의 순수한 사랑이 현실에서 쉽게 깨질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이게 드라마여서 끝까지 그 마음이 유지됐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그 마음에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무작정 밀어붙이기만 하는 용식이에게 매력을 느꼈던 장면은, "니가 먼저 했다."라고 급진지 모드로 바뀌면서 키스로 박력을 보여주었던 장면이다.
오히려 순박한 걸로 따지면 규태가 더 매력있었다. 정말 찌질하지만 정말 순수하다. 챙겨줘야 할 정도로 착하고 어리버리하다면 차라리 규태같이 깨끗한 백지장이 낫지 않나. 그리고 규태는 참 단순해서 다루기도 쉬웠다.
향미도 참... 마지막에 불쌍하고 짠하게 그려지기는 했지만, 나쁜 의도든 아니든 간에 사람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모습은 너무 별로였다.
그리고 그놈의 인심, 나는 겉으로 툴툴거리면서 속으로는 신경써주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겉으로도 속으로도 둘다 싫어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그냥 겉으로 잘해주는 사람이 좋고, 당장에 인상쓰는 사람보다 나에게 웃어주는 사람이 좋다. 나에게 인상쓰는 사람도, 나에게 까칠한 사람도 그냥 무섭고 불편하기만 하다. 드러나지 않는 인심을 보아주기를 바라지 말고 드러나는 행동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숨겨진 마음을 해석하는 게 나는 힘들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까칠한 태도에 상처를 받는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이게 내가 캐릭터들에게 공감하지도, 매력을 느끼지도 못했던 이유이다.
대사 측면에서는 그냥 평범했다고 본다. 명대사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많았다고 느껴지지도 않는. 명대사 하면 <로맨스가 필요해 2012>와 <멜로가 체질>을 꼽는다.
스토리도 그냥 평범. 앞에서 말했듯이 까불이를 추리하는 과정이 다른 추리물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는다. 반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보통 이런 추리물은 굉장히 많은 인물을 의심하게끔 한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본 지 너무 오래되어서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더 긴박함이 있었고, 주인공의 특별한 능력을 스토리에 잘 녹여내었고 참신하기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손 the guest>처럼 이 드라마는 수많은 등장인물이 있었고, 20회라는 긴 시간 동안 그 인물들을 거쳐 올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나. 그런데 가족애를 보여주려다 보니 이 과정에 소홀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가족애에 감명을 받았냐 하면... 그래, 엄마의 마음은 잘 알겠다. 내 자식이 다치는 건 죽어도 못 보고 내 자식이 손해보는 건 죽어도 못 보는 그 엄마의 마음은 잘 알겠다. 그런데, 눈물을 흘릴 뻔 했지만 흘리지 않았다. <또 오해영>처럼 보는 내내 함께 눈물 흘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슬프지 않았고, <응답하라 1988>처럼 먹먹하고 잔잔한 감동이 전해지지도 않는 가족애였다. 뭔가 그 드라마들에 비해서는 제대로 건드리지 못한 느낌이다.
떡밥이 곳곳에 있었고 그것을 잘 회수해서 스토리를 엮었다는 점에서는 스토리를 못썼다고 비판하기 어렵지만, 오히려 잘 썼다고 봐야하지만, 큰 임팩트가 없었던 건 어쩔 수가 없다. 이미 추리물에서는 너무나 훌륭한 여러 작품들을 보았고, 나의 눈도 기대치도 높아진 상태라는 게 이 드라마에 대한 평가가 박한 원인이 아닐까 한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채널을 고정해서 월화수목토일 드라마를 봐왔고, 최근에는 꽤 잘 만들어졌다는 인기있는 드라마만 골라서 보고 있다. 이 드라마 인생에서 만들어진 취향과, 다른 드라마와의 비교는 어쩔 수가 없다. 드라마는 계속해서 나오지만 기억에 남는 드라마는 한정되어 있으니까. 요즘 한국의 드라마도 웹툰도 영화도, 수준이 너무 높아져서 웬만한 스토리는 참신한 측에는 끼지도 못한다. 뻔한 스토리는 더 이상 감동을 주지 못하고, 시대가 변하면서 공감을 얻는 캐릭터도 바뀌어간다. 잘 봐놓고 부정적인 얘기만 적는 게 썩 기분 좋지는 않지만 이게 솔직한 감상평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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