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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기타

[드라마 리뷰] 우아한 친구들

by 미뉴르 2020. 9. 7.

 

 

 

 

사진 출처: JTBC 우아한 친구들 공식 포스터 다운로드(http://tv.jtbc.joins.com/photo/pr10011197/pm10059576)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선, 이 드라마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드라마는 권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장편이고 쓰려고 하면 쓸 이야기가 많아서 리뷰를 잘 남기지 않는다. 하나하나 집어가며 말할 정도로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그런데 <우아한 친구들>은, 와, 총체적 난국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2화까지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후 끝없는 실망감에 찝찝함까지 안은 채 드라마가 끝나버렸다. 자려고 누웠는데 이 찝찝함을 기록해둬야 할 것 같아서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쓴다.

 가장 크게 비판받는 것은 작가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스토리라인만 이상한 게 아니다. 편집이라고 해야 하나, 이 부분에서도 문제가 있다. 뭐, 내용이 없으니 시간 때우는 최선의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크게 다섯 가지 부분에서 비판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가장 큰 문제는 추리물의 기본을 잃었다는 것이다. <우아한 친구들>은 우연히 재방송으로 1화를 보게 되었는데 흥미가 생겨서 보게 된 드라마다. 그때까지 이 드라마가 추리물인 것을 1도 몰랐다. 추리물인 것을 알게 된 건 2화까지 보고 나서다.

 그런데 추리물로 가지 말았어야 했다. 후, 뭐부터 말해야하는지 감도 안 잡힌다.

 <시그널>, <비밀의 숲>, <너의 목소리가 들려>, <냄새를 보는 소녀>, <손 the guest>까지 범인 혹은 사건의 전말을 추리하는 추리 드라마를 많이 봐왔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나 <냄새를 보는 소녀>는 본 지 오래돼서 비교가 어렵지만, 범인을 추측하는 유형의 드라마는 <손 the guest>와의 비교가 적합할 것 같다. 추리물의 기본은 시청자에게 범인에 대한 힌트를 하나씩 던져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의심되는 인물이 있어야 한다. 특정 인물의 수상한 점을 보여주고, 그 인물을 많은 사람들이 의심할 때쯤 그 인물은 범인이 아닌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른 인물이 유력한 범인으로 떠오른다. <손 the guest>는 이런 면에서 추리물의 역할을 잘 해냈다. 계속 헛다리를 짚으면서도 범인을 향해 조금씩 다가갔다. 모든 인물들에게 그럴싸한 의심의 여지가 충분했다.

 그런데 <우아한 친구들>은 어땠는가. 처음부터 의심되는 사람은 남정해, 안궁철, 정재훈 이 셋이었다. 그리고 범인에 대한 힌트는 없이 서로 자수만 해대다가 갑자기 정재훈이 범인이야! 하고 알려줬다. 남정해가 범인이 아님은 동영상을 통해 너무 일찍 알려줬고, 안궁철은 처음부터 범인일 수가 없었다. 친구들과 함께 있다가 문자를 보고 달려간 그가, 친구들이 바로 뒤에 따라오는데 범행을 저지르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다.(이 부분의 옥에 티는 주강산의 집주소를 알려준 적도 없는데 친구들이 잘 따라왔다는 거다. 안궁철은 어디로 간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남는 건 정재훈이다. 조형우는 살인을 할 성격도 아니었을뿐더러, 동기도 너무 부족했다. 차라리 해숙이나 모란이 같은 제3의 인물이 범인이거나 형우에게 더 개연성을 주고 범인으로 만들었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정재훈만 수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범행동기부터 범인까지 한 번에 쫙 보여주었다. 그래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추리물인데 범인을 너무나 쉽게 알려준 것이다. 작가는 독자들과 함께 추리할 생각이 없었다. 그냥 범인 후보의 이름만 '노범인', '낫범인', '나범인'으로 알려주고 범인일 것 같은 사람 이름을 골라봐! 한 후에 범인은 '나범인'이야! 왜냐하면 '나범인'은 이런 동기가 있고 이러이러한 일들을 전부 계획했어! 하는 것과 같았다. 우리는 모든 일들을 '나범인'이 계획했다는 것을 범인임이 밝혀지기 직전에서야 알았으니 사실상 다를 바가 없다.

 

 다음 문제점은 추리 과정과도 관계되는데, 내용의 개연성이 부족하다.

 먼저 살해 동기부터 보자. 남정해에겐 살해 동기가 충분했다. 협박받고 있었고, 방어적 살해의 여지가 있었다. 안궁철에겐 충동적인 성격이 충동적인 살해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런데 정재훈은? 사실 이것부터가 캐붕이었지 않나 싶다. 그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캐릭터다. 그런 그가 충동적인 살인을 저질렀다? 정재훈을 의심한 건, 첫 화부터 남정해의 몰카 사진을 받아보고 있었고, 노트북을 보는 수상한 남성의 뒤태가 정재훈과 닮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얘기는 잘 하지 않는 그가 흑막이라고 생각하기엔 충분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범행은 정재훈이라는 캐릭터에 맞지 않는다. 이것을 그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려고 한 것 같지만 드라마에서 캐릭터의 특성은 함부로 무시하거나 바꾸어서는 안 된다. 바꾸는 순간 그저 개연성이 떨어지고 찝찝함이 남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쓰면서 생각해 보니 정재훈의 살해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 안궁철이 주강산에게 문자를 받을 때는 정재훈의 집이었고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 그렇다면 주강산은 그때 살아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문자를 받고 바로 주강산의 집에 달려갔다. 그렇다면 정재훈과 조형우가 주강산의 집을 간 시점은 언제였을까? 당연히 그들이 정재훈의 집에 모여있기 전이어야 했지만 그렇다면 주강산의 문자가 설명되지 않는다. 이 부분은 드라마의 설정 오류로 생각된다. 경찰들은 그 흔한 살해 추정시간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그 추정시간이 있었더라면 형사들이 범인을 잘못짚는 짓은 좀 덜했을 텐데. 이것이 설정 오류가 아니려면 그 문자는 핸드폰을 가져간 정재훈이 안궁철에게 보낸 것이어야 했다. 이유는 안궁철이 살해 현장을 발견하게 하고 그를 범인으로 의심받게 하기 위해서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재훈은 친구들이 안궁철을 따라가는 것을 말렸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굳이 다른 이유를 더 찾자면 현장에서 어떤 증거를 숨기기 위해서 정도일 텐데, 정재훈은 증거품은 이미 다 회수한 후였다. 정해의 목걸이가 거기 있는 것을 알았다면 안궁철을 굳이 이용하지 않고도 본인이 살해 현장을 치우면서 함께 정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드라마가 막장으로 간다고 느낀 건, 암에 걸린 해숙이와 교통사고를 당하는 유빈이부터였다. 사실 앞에서부터도 억지스러운 전개들이 있다. 만식이도 갑작스럽게 죽었는데 치매, 암, 교통사고라니. 이거 2000년대 초반 드라마에서나 쓰던 수법들 아닌가. 기억상실증 없는 게 다행이었다.

 개연성을 더 망친 건 불필요한 장면들이다. 해숙이와 모란이가 이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마치 무슨 의미가 있는 것처럼, 무슨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처럼 의미심장한 행동은 다 하는 두 캐릭터였다. 하지만 그래놓고 아무것도 아니었어~ 하는 태도는 시청자를 농락하는 수준이다. 잘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필요없는 장면과 필요없는 인물은 넣지 않는다. 그렇다면 모란이가 나타나서 했던 그 수많은 행동들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정해와 같은 구두, 정재훈의 비밀의 방에 들어갔던 일, 굳이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재훈이 정해를 마음에 품고 있음을 암시하는 말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없었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차라리 모란이가 범인이길 바랐던 건 이런 행동들 때문이었다. 그런데 작가는 모란이를 딱히 범인으로 의심시킬 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 피해자와 직접적으로 연결시킨 건 하나도 없었으니까. 다시 나타난 해숙이의 역할도 마찬가지였다. 없었어도 되었던 역할. 정해가 가장 보고 싶었다면 굳이 친구들 모임에 가서 매번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었다. 이래 놓고 나중에 사과하고 좋게 마무리하는 것도 캐붕이다. 해숙이가 암에 걸렸다는 이유로 태도가 돌변한 경자도 좀 어이가 없었다.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해서 그 사람의 잘못이 다 용서되는 건 아니다. 죗값은 치러야지, 드라마에서 나왔던 말 아닌가.

 유빈이의 교통사고도 언급하고 싶다. 그 장면, 누가봐도 누군가가 고의로 유빈이를 치는 것으로 오해할 장면이었다. 이건 연출의 잘못인 것 같은데 음주 뺑소니였다면 차가 달려오는 장면을 좀 더 길게 보여줘야 했다. 너무 짧게 보여줘서 누군가 일부러 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주강산의 남친으로 의심하고 있었는데 허무했다. 주강산의 남친이 복수를 위해서 한 것이었다면 뻔하긴 했어도 차라리 납득이 갔을 텐데, 음주 뺑소니여서 저 교통사고가 막장 요소로 느껴지는 거다. 단순히 정해와 궁철이의 화해를 위한 그런 수단. 꼭 교통사고여야 했습니까..

 

 자 이제 신랄하게 비판할, 상식적으로 이해 불가능했던 부분들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다.

 마지막 화를 다 보고 나서 든 생각. 대체 쟤네 이혼 왜 했지? 이혼을 안 한 줄 알았다. 그런데 이혼을 했다고 은실이가 말해서 알았다. 이혼이 무슨 밥 먹는 일처럼 간단한 것도 아닌데 이혼을 했다. 사실 드라마를 보면서 당황스러웠던 부분이기도 한데, 정해가 너무나 뜬금없이 이혼을 내뱉었다. 춘복이가 푸름이를 본 것처럼 정해는 유빈이를 걱정하는 장면조차 없었다. 솔직히 엄마로서의 모습은 거의 보여준 적 없으면서 교통사고 이후에 갑자기 엄마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것도 좀 당황스러웠다. 이제 와서?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뭐, 아무튼 아이의 마음 같은 건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만 생각하고 결정하는 이기적인 모습ㅋㅋㅋㅋ 유빈이 중학생이었나? 한창 사춘기다. <부부의 세계>를 보고 봤기 때문에 더 이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유빈이에게 정해와 궁철이의 모습은 매우 이상한 모습이다. 더 이상 같이 살 수 없어서 이혼을 했는데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보고 있으면 유빈이는 엄청난 혼란에 빠지는 것이 당연하다. 부모님이 이혼하는 이유에 대해 추측하는 것만 해도 유빈이는 아직 어리고 미숙한 앤데,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혼을 정당화하려는 게 작가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 이혼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으며, 간단하게 선택해서도 안 된다. 이혼이라는 요소를 넣을 거였으면 인물들이 고민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충분히 보여줬어야 했다.

 그리고 그놈의 첫사랑. 궁철이와 정해는 최소 10년 이상 함께 산 부부다. 자, 우리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내 아내 또는 내 남편이 내 첫사랑이다. 이거 당연히 상대방에게 말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궁철이는 이제야 처음으로 첫사랑이 정해였음을 말한다. 이들이 매우 행복한 부부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사랑한다는 표현, 내가 널 언제부터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말하지 않았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아닌가?

 그리고 그 놈의 우정. 여기 나오는 남자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찐한 우정, 깊은 의리를 가지고 있다고 나온다. 그런데 궁철이는 재훈이가 정해와 사귀었던 걸 모른다. 재훈이는 궁철이가 결혼할 여자가 정해였던 걸 모른다. 친구라며? 게다가 정해는 이 친구들이 다 아는 애가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사귀면서 결혼할 때까지 친구들한테 말도 안 할 수가 있을까? 이들이 진짜 친구는 맞나? 우리가 누군가를 사귀게 되었을 때, 내가 사귀는 사람을 알면서 나랑 친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말하는 게 정상 아닐까?

 그리고ㅋㅋㅋㅋㅋ 모자의 연을 끊으라고 진짜 끊는 사람이 여기 있다. 정말 놀라웠다. 아니 엄마가 보고 싶으면 연락하라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나서 연락을 했어야지. 그리고 경자는 허락은 못 받았지만 연락은 드리게 했어야지. 이건 철이 없는 수준이 아니다. 무슨 시트콤도 아니고.

 

 우정 얘기가 나왔으니 다음 얘기로 넘어가자. 우정/의리/수컷 등 여러 수식어로 포장해버린 범죄자들의 이야기.

이들이 무슨 마트에서 음료를 훔친 얘기가 아니다. 무려 살인이다. 중범죄다. 그것의 의도가 어떠했든 살인이다. 자기들끼리 용서하고 묻어준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주강산이 고아가 아니었다면? 주강산이 걱정해주는 지인들이 많지만 돈이 없어서 저런 일을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면? 당연히 살인 피해자인 주강산 주변에서의 아픔 또한 존재한다. 주강산의 남친의 비중이 크지 않아서 이것이 묻혀 버렸지만 살인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정으로 덮을 문제가 아니다. 니들끼리 뉘우치고 죄책감 가지고 살라고 말한다고 죄가 없어지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20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지 않은가. 이들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멍청한 범죄자들인 거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부터가 별로 뉘우치지 않았고 변하지 않았다는 거다. 진짜 친구라면 살인을 덮어줄 게 아니라 친구가 죗값을 치르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게 만들었어야 했다. 뭐, 끼리끼리 노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건가.

 아무리 주강산이 잘못했어도 그게 죽을죄는 아니었다. 더 죽을 죄는 주강산에게 그 일을 시키고 친구 배신 때린 정재훈이 지었지. 주강산은 그저 돈이 필요한 약간 정신 나간, 막 사는 캐릭터였을 뿐이다.

 이것을 수컷들의 우정과 의리로 둔갑시키는 결말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결말의 독백 대사는 없었던 걸로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편집? 연출? 아니면 이것도 작가의 문제인가. 반복되는 장면이 너무 많다.

 사건을 보여주기 위해 어느 정도의 장면 반복이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면 해당 장면만 보여주면 될 것을 긴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반복 반복 반복해서 보여준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도 한 번에 밝히지 않고 야금야금 밝히는 건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집중력을 흐트러뜨렸다. 

 그리고 과거 회상도 매번 같다. 한응식 교수 살인 사건부터 그 바다 가는 장면. 몇 번을 우려먹을 건가.

 얼마나 보여줄 게 없었으면 이렇게 우려먹었을까.

 

 

 앞서 말했지만 2화까지는 정말 재밌게 봤다. 다른 드라마 같았으면 오해부터 했을 일들은 궁철이가 정해에게 물어보고 오해를 풀고, 솔직하게 말해주는 궁철이와 정해가 좋았다. 그런데 그건 초반뿐이었다. 가장 중요한 얘기는 하지 않는 불통의 부부가 되었고 답답이들이 되었다. 이것 또한 캐붕이다.

 내가 흥미를 느꼈던 부분은 과거와 연결된 현재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중년 남성들의 철없지만 순수한 모습이었다. 차라리 과거의 모습들을 더 다양하게 많이 보여주고 범죄와 관련되지 않은 저들의 우정을 더 보여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중년 남성들의 애환이나 그들의 내면, 솔직하고 순수한 모습은 쉽게 접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참신하게 다가왔었고 이 드라마를 보게 만들었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2화가 다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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