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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리뷰]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by 미뉴르 2020. 5. 7.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디지팩 한정판 (2disc) - DVD
배급 : 타케모토 야스히로,이시하라 타츠야(이시하라 타츠야)
출시 : 201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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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떤 영화를 봐야 하나 네이버 시리즈를 들락날락하다가 보게 된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는 초등학교 고학년 ~ 중학생 무렵에 접했던 것 같다. 당시 투니버스에서 <슈퍼 갤즈>, <그 남자 그 여자> 등 어릴 때 보던 <웨딩 피치>와는 다른 스타일, 다른 느낌의 애니에 빠져있었다. 재미 없는 만화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우연히 보게 된 애니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었다.

 하루히는 굉장히 독특한 학생이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건 하루히의 머리스타일과 머리끈이 요일별로 정해져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그걸 따라해보려고 한 적이 있었으니까.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서 '개성'이라는 말에 꽂힌 이후로는 나만의 개성을 만들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그래서 지금은 내 생각과 취향에 솔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의 일부분이었던 것이 바로 하루히의 머리스타일 바꾸기였다. 생각보다 부지런함을 요구하고 머리 스타일에 맞는 옷과 화장까지 맞추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그날의 약속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머리스타일이 부적절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유지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 외에 하루히에 대해 기억나는 건 거의 없었다. 그저 사건의 중심이었다는 점과, 애니가 꽤 흥미진진했었다는 느낌 정도. 그래서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을 보았을 때 반가웠다.

 

 애니 본편을 본다면 더 잘 이해가 가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내용 전개를 이해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마블 시리즈나 각종 시리즈물을 볼 때도 늘 드는 생각이다. 그리고 실제로 마블 초반시리즈는 본 적이 없다. 앞 편을 보지 않더라도 캐릭터의 특성이 워낙 뚜렷하기 때문에 초반 20분 내로 각 캐릭터의 성격과 특징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에서 하루히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는 점, 나가토와 미쿠루, 코이즈미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점, 쿈은 이들의 사건에 엮인 일반인이지만 하루히에게는 특별한 사람이고 남주라는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편의 주인공은 나가토다. 초반에도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나가토의 변화에 대한 언급이 잠시 있었으니까. 나가토는 감정이 없는 안드로이드다. 그러니까 그냥 사람처럼 생긴 기계다. 입력값에 따라 결과값이 도출되는 그런 기계. 그런 나가토에게, 격정적인 하루히와, 그로 인해 겪게 되는 수많은 스펙타클한 사건들은 에러를 쌓이게 만든다. 그 에러는 나가토가 본분을 잊고 하루히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어버리게 만든다. 나가토는 이렇게 에러가 쌓일 것까지 알고 있었지만 막을 수 없었고, 이를 원래대로 수정하기 위해 쿈에게 메세지를 남긴다. 물론 원래대로 되돌릴 것이냐의 선택까지도 쿈에게 맡긴다.

 바뀐 세상에서는 나가토, 미쿠루, 코이즈미, 심지어 하루히까지도 평범한 인간이다. 아, 하루히는 여전히 별난 성격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세상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힘은 없다. 그리고 나가토는 굉장히 수줍음이 많은 여고생이 되어있었다. 원래의 나가토는 감정이 없었기 때문에 얌전해보이긴 했어도 시크한 캐릭터에 가까웠다. 그런 나가토가 쿈에게 과거에 도움 받았던 사건으로 사적인 감정도 가지게 되었고 얼굴도 붉히는 그런 소녀가 되어있었다. 쿈이 처음에 나가토에게 과격하게 굴었음에도 화내지 않는 나가토가 조금 답답하긴 했는데, 짝사랑하던 남자였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이해가 갔다. 조금은.. 

 저렇게 바뀐 세상은 나가토가 살고 싶은 세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 감정을 느끼고 싶다, 그리고 쿈과 조금은 더 특별한 관계가 되고 싶다, 하루히가 없는 곳에서, 하루히가 중심이 되지 않는 곳에서 쿈과의 관계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 나가토의 바람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하루히를 다른 학교로 보내버렸고, 코이즈미와의 관계를 조금 더 깊게 만들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이 있는 사람에겐 누구나 한 번쯤 주목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고, 중심이 되고 싶은 심리도 생기게 마련이다. 그것도 특히 옆에 너무나 항상 눈에 띄고 중심이 되는 사람이 있다면 비교되는 심리는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감정의 영향을 받은 나가토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가장 많은 일을 해주고 있지만 가장 조용하고 가장 겉도는 존재. 하루히의 관심은 언제나 쿈을 향해 있고 가끔 미쿠루에게 여러 옷을 입혀보며 노는 정도. 코이즈미의 관심은 하루히를 향해 있으며, 쿈은 하루히와 미쿠루에게, 미쿠루는 쿈과 하루히에게 향해 있다. 그 누구도 나가토를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것 같다. 나가토가 아마도 하루히 외에 가장 신경쓰는 쿈은 나가토를 보고 있지 않다.

 

 이전에도 과거로 돌아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았듯 이번에도 쿈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과거로 보내진다. 칠월 칠석. 그곳에서 또다른 자신도 보게 되고, 중학교 시절 하루히도 만나고, 미래에서 온 미쿠루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때의 나가토를 만나 해결책을 찾는다. 물론 마지막에는 지금의 쿈보다 더 미래에서 온 쿈의 도움으로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리는데 성공한다.

 이전까지 하루히와 주변 사건들을 피곤하고 귀찮다고만 여기던 쿈에게 이 사건은 현재와 주변의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느끼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자신의 진실된 마음을 마주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나가토에게도 조금은 더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만들어진 지 오래된 애니극장판인데도 불구하고 퀄리티는 높다. 그리고 역시나 평점이 높다. 스즈미야 시리즈를 재밌게 보았다면, 혹은 조금 수준 있는 애니들을 재밌게 보았고 판타지 장르에 흥미가 있다면 추천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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