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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가면 산장 살인 사건

by 미뉴르 2021. 9. 12.

 

[가면 산장 살인 사건]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김난주역
출판 : 재인 201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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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우 오랜만에 쓰는 책 리뷰.

 2년 전에 인턴을 하던 회사에서 도서 지원을 해서 갖게 된 책이었다. 책 종류가 많지 않았고, 로맨스 소설이나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문체는 매우 쉽게 쓰여있다. 그리고 이렇다 할 생각을 많이 하게끔 만드는 부분도 없었다. 그저 사건이 흘러가는 대로 머리 속에 그리면서 따라가면 된다. 매우 오랜만에 읽는 책이라, 사실 처음에는 집중이 좀 안됐었다. 초반에 인물이 여러 명 등장하는데 그들의 이름을 구분하고 외우는데도 힘이 들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결혼을 앞둔 다카유키와 도모미의 결혼 준비 이야기로 펼쳐진다. 도모미가 그 동안 꿈꾸던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카유키는 도모미가 좋을 대로 하라고 말한다. 사실 이 말부터 좀 쎄했다. 함께 설레며 두근두근 준비할 결혼에 있어서 좋을 대로 하라는 말이 조금은 무심하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하지만 혼자 교회 결혼식을 알아보던 도모미는 교통사고로 죽고, 다카유키는 이 사실에 꽤나 큰 충격을 받는다.

 도모미의 죽음 이후에도 도모미의 가족들과 교류를 지속하던 다카유키는 도모미의 집안, 그러니까 모리사키가의 별장에 초대를 받는다. 연례 행사로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에 초대된 다카유키, 그리고 도모미의 직계가족, 도모미와 친밀하게 지내던 사촌동생과 약혼자, 그리고 도모미의 오랜 절친, 도모미의 아빠인 모리사키 노부히코에게 고용된 비서까지. 이 8명이 모인 산장에는 강도가 침입하고 이들은 감금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이번만큼은 중간에 결말부터 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책에 있는 띠지에 적힌 한줄짜리 리뷰를 보고 말았다. 

 "감쪽같이 당했습니다.", "완전히 속았어요!"

 이 말들만으로 이런 반응이 나올 만한 범인이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가장 범인이 아닐 것 같은, 가장 관찰자인 사람. 가장 담담하게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사실은 주관적인 사람. 그리고 그 예상이 적중해버렸다. 물론 살해동기나 방식까지 예상했던 건 아니었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전개 방식, 사건의 과정은 정말 반전이긴 했다. 책을 다 읽고 뒤에 해설을 읽으면서 해설자인 오리하라 이치가 안타깝기도 했다. 추리소설에서는 트릭을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이며, 한 번 쓴 트릭은 더 이상 쓸 수 없다는 말. 그래서 자기가 쓰려던 트릭을 히가시노 게이고가 먼저 책으로 써내는 바람에 쓰던 글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는 말. 이 책의 트릭은 분명히 처음 접할 때는 참신한 트릭이지만, 2번 이상 보게 된다면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트릭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강력한 반전은 기억에 각인되어 남는 법이니까.

 

 다카유키는 산장 현관문 위에 걸려있던 가면이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산장 문을 열며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그리고 마지막에 산장을 나서면서 누군가가 보고 있는 것 같아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고, 가면 또한 사라지고 없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다카유키가 이 별장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미 트루먼 쇼와 같이 짜여진 각본대로, 모두의 감시 하에 놓이게 되는 것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 ' 누군가가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표현했을 수도 있다. '가면'은 도모미의 죽음에 대해 가면처럼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꾸며진 모습을 보여주는 범인의 모습이고, 나올 때는 진상이 밝혀져 더 이상 가면이 존재하지 않음을 나타냈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가면도, 다카유키를 내려다보고 지켜보는 것도 도모미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는, 다카유키를 지켜보는 그녀의 모습이 가면으로 남아있다가, 사건이 해결됨과 동시에 사라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이 죽는 순간에도 지키려고 할 정도로 사랑했던 다카유키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도모미 언니를 배신하지 말라고 그렇게 부탁했는데." 유키에가 마지막에 한 말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유키에가 갖고 있던 감정을 묻어두고 포기하는 그 마지막 선물이, 그 마지막 부탁이, 도모미가 죽게 되는 기폭제가 되어버렸다. 누군가는 포기하고 끝내는 감정이 누군가에게는 시작하는 감정이 되어버렸다.

 

 도모미가 자신은 결혼하는 일 자체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던 그 처음의 말이, 참 슬픈 말로 남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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