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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도쿄 게스트하우스

by 미뉴르 2019. 11. 23.
도쿄 게스트하우스
국내도서
저자 : 가쿠타 미츠요 / 맹보용역
출판 : 랜덤하우스 200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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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도쿄 게스트하우스의 이야기는 여행에서 돌아온 아키오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연인 마리코에게 전화를 했지만 다른 남자가 전화를 받는다. 마리코는 이미 다른 남자와 동거를 하고 있다.

 갈 곳을 잃은 아키오는 여행 중에 만났던 쿠레바야시 씨를 생각한다. 그녀는 갈 곳이 없을 때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하였다. 그렇게 아키오는 도쿄 게스트 하우스로 들어간다.

 야마네, 후토시, 카나, 미카코, 페루 등 게스트 하우스의 인원은 계속하여 늘어간다.

 

 아키오의 시각에서 이들은 굉장히 특이한 사람으로 그려지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아키오야말로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연인인 마리코에게 아무 말 없이 훌쩍 떠나버렸던 사람이 아키오이며, 돌아와서도 그녀 외에는 갈 곳이 없는 사람이었다.

 

 영원히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 것만 같았던 사람들이 '제왕'의 출현으로 게스트 하우스를 떠나게 될 것을 암시했다. 말이 많고 훈계하기 좋아하는 제왕으로 인해 게스트 하우스의 사람들은 더 이상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지 않는다. 게스트 하우스의 주인인 쿠레바야시 씨가 가장 먼저 게스트 하우스를 떠난다.

 

 

 "웃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나, 정말 제왕하고 안 맞아. 처음이라구, 이토록 누구를 싫다고 생각했던 거 말야."

 쿠레바야시 씨는 나를 보지 않고 말한다.

 "나 말야 꽤 진심이었는데 말야, 정식 여관이 아니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와서 와글와글 사는 장소를 만드는 거. 근데 저런 사람이 온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 물렀던 거지, 내가. 자극받기 쉽다고 해야 할까."

 (p.144 中)

 그렇다. 사실 쿠레바야시 씨는 처음에는 말하지 않았지만, 여행자들이 모여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하였다. 누구나 받아들일 것 같았던 그녀에게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다. 싫어서 견딜 수 없는 그 느낌이 이해가 간다. 나도 그런 적이 있으니까.

 

 쿠레바야시 씨가 떠나고 아키오는 마리코에게 달려간다. 이미 그에게서 돌아서서 다른 남자에게 간 그녀에게. 사실 이 장면에서 아키오가 그러지 않았으면 했다. 너무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미 차갑게 돌아선 모습을 여러 번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었나 보다. 사람 마음 정말 알 수가 없다니까. 아키오는 마리코의 집 앞에서 전화를 한다. 역시나 마리코와 동거하는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그때 마리코가 수화기를 뺏는다. 아키오의 전화임을 알고 있었나 보다. 마리코와의 첫 통화에서 아키오는 선물을 사 왔다고 말했고, 그때 거절당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마리코는 수화기를 뺏자마자 말한다.

 

 

 

 "선물 따위 필요 없어." 손에 든 작은 전화에서 느닷없이 마리코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내가 모르는 곳 이야기 따위, 듣고 싶지 않다구."

 (p.151 中)

 이 부분을 읽었을 때는 아키오의 여행으로 두 사람의 거리가 멀어졌음을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아키오에게는 더 이상 마리코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 생겼다. 마리코는 그 거리감을 견딜 수 없어 떠나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다음의 마리코의 말은 다른 말이었다.

 

 

 

 "내가 듣고 싶은 것은 네가 무엇을 보았냐는 거." 손바닥 안에서 배어나오는 듯 마리코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없는 장소에서, 오직 혼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생각했냐는 거."

(p.152 中)

 

 마리코는 그 거리감 때문에 포기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거리감을 좁히고 싶었던 거였다.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었던 거였다. 그리고 아키오가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로 아키오의 '여행'에 대해 궁금해했던 건 마리코가 처음이었다. 드디어 아키오가 돌아가서 여행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곳이 생긴 거였다. 드디어 여행을 끝낼 수 있었다.

 

 

 

 계단의 맨 위에서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마리코, 라는 소리는 주위로 울려 오랜만에 내 목소릴 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편함 옆에서 마리코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올려다본다. 내가 마리코가 없는 장소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그리고 어디로 돌아온 것인지, 옅은 웃음의 또 한 사람에게서 벗어나 내 자신의 단어로 전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게 틀림없다.

 마리코는 계단의 맨 아래에서 미동 없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여전히 불통음을 흘려보내고 있는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 호주머니에 밀어넣고 나는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p. 152~153 中)

 오랜만에 내 목소리를 들었다 = 오랜만에 나 자신으로 돌아왔다.

진짜 자신의 모습으로 마리코에게 자신이 여행에서 겪은 일을 전해주러 다가간다. 그들의 거리감은 계단을 내려가며 좁혀진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여행을 계속하는 곳 - 도쿄 게스트 하우스

 

 그러나 영원히 머물 수는 없는 곳이며 돌아가고 싶을 때, 돌아갈 수 있을 때 그들은 떠난다. 그리고 길고 긴 여행을 마치게 된다.

 

 

17.08.14 본인 작성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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